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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청문회]이용남씨 『돈심부름 한건 사실』

입력 | 1997-04-16 20:04:00


李龍男(이용남)전 한보 사장은 16일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 시종 자신은 「실권을 가진 사장」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鄭泰守(정태수)총회장의 지시에 따라 「돈심부름」을 했다는 사실은 시인했다. 물론 돈을 건넨 정치인과 액수는 지금까지 검찰에서 밝혀진 것 외에는 입을 다물었다. 비록 속시원하게 밝혀진 것은 없지만 「이용남 리스트」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국민회의 金相賢(김상현), 민주당 李重載(이중재)의원, 尹鎭植(윤진식)청와대경제비서관 등의 이름이 등장했고 한보의 「로비구조」도 조금씩 윤곽이 드러났다. 이전사장은 우선 학연을 이용했다. 자민련 李良熙(이양희)의원 등은 이전사장의 승용차운행일지를 들이대고 지난해 8월 증인이 함께 골프를 친 의원 20여명을 밝히라고 다그쳤다. 증인은 그러나 『국회 고려대 교우회장으로 있는 존경하옵는 이중재 선배님의 행사에 협조했을 뿐』이라며 『그 분들께 누를 끼칠 수 있어 이름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고려대 법대출신인 이전사장은 한보가 자금압박에 시달리던 지난해 8월 청와대를 몇차례 방문, 윤비서관을 만난 사실에 대해서도 『러시아 가스대금 송금절차가 잘못돼 대학후배인 윤비서관을 찾아가 상의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상현의원에 대한 로비도 비록 간접적이긴 했지만 역시 고려대채널을 이용했다. 『국민회의 朴正勳(박정훈)의원이 김상현의원을 소개했느냐』고 묻자 이 전사장은 『김상현의원은 잘 모른다』고 답변, 박의원을 통해 김의원에게 접근했음을 간접시인했다. 박의원과 증인은 대학동창 사이. 자민련 李麟求(이인구)의원의 입에서 급기야 『명문대 동창회를 이권운동 대회장처럼 만들어 놓을 수 있느냐』는 질타가 터져나왔다. 이전사장은 한때 자신이 부회장으로 있던 「사월회(四月會)」(4.19혁명관계자의 모임)도 로비에 이용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샀다. 상당수의 정치인이 이 단체의 회원이기 때문. 물론 이전사장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평소 알고 있는 정치인이 연락을 해 오면 힘닿는 데까지 도와줬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이전사장의 입을 통해 드러난 로비구조의 정점은 역시 정총회장이었다. 이전사장은 95년 국감 때 朴泰榮(박태영)전의원, 지난해 국감 때 丁世均(정세균)의원에게 로비를 시도한 것은 모두 정총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 밝혔다. 증인은 그 경우 총회장의 로비대상자지정→1차접촉→총회장에게 보고→접촉목적지시→2차접촉 순으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정총회장이 정치인 로비에는 거의 모두 관여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김창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