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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드라이랜드]앨라배마 힐스

입력 | 1997-04-17 07:55:00


1960년대 인기 있는 TV외화 중 「보난자」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카트라이트가(家)의 아들 삼형제와 아버지가 겪는 서부개척기의 이야기였다. 그 촬영지를 이스턴 시에라에서 만났다. 「앨라배마 힐스」라는 드라이랜드였다. 시에라 네바다산맥 동쪽 기슭의 회색암벽을 배경으로 금빛 어린 고운 갈색의 기암괴석이 수백m씩 구릉을 이루는 앨라배마 힐스. 바위가 펼치는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이 이방인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한 매력적인 곳이었다. 인공의 냄새나 흔적이라고는 전혀 없이 모래먼지만 풀풀 날리는 이곳. 어디를 보아도 건조한 서부의 향취가 물씬 풍긴다. 이곳에 할리우드의 영화제작자들이 몰려 든것은 1920년대. 무성영화에서부터 존 웨인, 험프리 보가트, 캐리 그란트, 타이론 파워, 나탈리 우드가 출연하는 서부영화가 이곳에서 촬영됐다. 최근에는 멜 깁슨이 주연한 「매버릭」, 알렉 볼드윈 주연의 「섀도」를 여기서 찍었다. 지금까지 촬영한 영화만도 2백50여편.그런 역사를 배경으로 지난 90년부터는 매년 11월에 근방 마을이름을 붙인 「로운파인 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무비 플랫」이라는 앨라배마 힐스 전망대로 자동차를 몰았다. 야트막한 언덕에 주차장을 겸한 평지가 있고 거기에 이정표와 함께 동판이 하나 있다. 영화 촬영의 역사를 기록한 기념비인 셈이다. 북동쪽으로 휘트니산과 로운파인봉 등 시에라네바다의 준봉들이 장관을 이루고 주변에는 기기묘묘한 바위동산이 산재해 있다. 〈앨라배마 힐스〓조성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