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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관 신바람 건강법④]팔-다리를 흔들자

입력 | 1997-04-17 08:23:00


한 노인이 친구 아들 결혼식에 갔는데 피로연에서 신랑 하는 말이 걸작이었습니다. 『한가지 고백할게 있습니다. 저는 결혼 전에 많은 시간을 한 여자의 품속에서 행복하게 지냈습니다』 한참 뜸을 들인 후 좌중이 조용해지자 그 녀석은 『그 여자는 바로 저의 어머니입니다』고 말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습니다. 『바로 저거다』라고 무릎을 친 노인은 며칠 후 마누라 회갑잔치에 그 말을 써먹기로 작정했습니다. 드디어 그날이 됐습니다. 잔치 분위기가 무르익자 그 노인이 벌떡 일어나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여보 나 고백할게 하나 있어. 이제사 하는 말인데 결혼 전에 나는 수많은 날을 딴 여자의 품에서 지냈다오. 그런데 가만있거라…. 그 여자가 누구더라』 노인은 계속 더듬거리다 여러 사람앞에서 톡톡히 망신을 당했습니다. 요즘 사회문제로 떠오른 노인성 치매(노망)를 소재로 한 유머입니다. 약간 과장이 있지만 그런대로 치매의 심각성을 잘 보여줍니다. 노인들이 중풍(뇌졸중)보다 더 무서워 하는 병이 바로 치매입니다. 환자 자신뿐 아니라 가족까지 줄줄이 고생하고 특효약도 없기 때문이지요. 치매와 건망증은 다릅니다. 가령 대문 열쇠가 어디 있는지 잊어버리는 것은 건망증이고 열쇠를 보고도 그것을 어디에 사용하는지 모른다면 치매입니다. 성인의 뇌세포는 1백40억개쯤 되는데 이것이 하루에 10만개씩 죽습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뇌세포가 이보다 더 빠르게 많이 죽어 뇌기능이 저하되면 치매라는 끔찍한 「불청객」이 찾아옵니다. 우리나라 치매 환자는 65세 이상 노인의 9.5%라고 합니다. 이중 다른 사람의 도움이 꼭 필요한 중증 환자는 3.4%정도입니다. 그러나 치매 노인을 쉬쉬하고 숨기는 집이 많아서 일찍 병원에 가면 고칠 수 있는 것도 치료시기를 놓쳐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치매하면 대개 미국의 레이건 전대통령이 걸린 알츠하이머병을 연상하는데 치매도 두통처럼 수많은 원인이 있습니다. 서양에서는 알츠하이머병이 전체의 50%를 차지하지만 동양에서는 혈관성치매가 50%이고 알츠하이머병은 20%에 불과합니다. 혈관성 치매는 뇌혈관이 동맥경화나 혈전(피 찌꺼기)으로 막혀 뇌세포가 손상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기억력이 떨어지고 언어장애나 지능장애가 오는 것입니다. 어느 정도 예방과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알츠하이머병에 비해 희망적입니다. 항간에는 화투나 카드놀이가 치매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장려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들 놀이가 머리를 쓴다는 측면에서 다소 설득력이 있지만 노름은 대부분 흡연 음주 스트레스를 동반하기 때문에 권할 만한 것은 못됩니다.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하고 폭넓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면서 하루 한시간 이상 독서를 하고 사색을 즐기는 것이 치매예방에 좋습니다. 바둑 장기 같은 건전한 오락도 도움이 됩니다. 적극적인 치매예방법으로는 두뇌에 산소를 충분히 공급해주는 운동이 최고입니다. 뇌를 단련시키려면 손과 발, 팔 다리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운동을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것이 뇌세포 감소를 예방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늙기도 서럽거늘 노망이 들어 자식들에게 폐를 끼쳐서야 되겠습니까. 황수관(연세대의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