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싫든 좋든 선거시대에 살고 있다. 선거를 싫어해서 기권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기권자로서 누군가에 대해서는 기여를 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올해도 연말에 제15대 대통령선거를 치러야 한다. 연이어 6개월여 후에는 이땅의 시 군 구 전체를 떠들썩하게 강타할 제2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를 치르게 된다.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나라도 선거부정을 없애고 후보자 사이의 기회균등을 보장하기 위해 이른바 「선거공영제」를 도입 운영하고 있다. 이는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선거비용을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부담시키지 않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다. 따라서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선전벽보나 선거공보 제작 및 합동연설회 등의 비용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게 된다. 나아가 경력방송이나 후보자 연설방송 등은 한국방송공사나 방송시설의 경영관리자가 부담하며 거기에다 공공시설 등의 장소는 정당이나 후보자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특혜를 주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선전벽보나 선거공보 등의 작성에 따른 선거비용의 상당부분을 보전해주는데 이른바 「보전비용」으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다. 하지만 이 비용은 결국 우리 유권자의 호주머니에서 나가고 있는 셈이다. 그 뿐만 아니다. 국가는 정당을 보호 육성하기 위해 정당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보조금」이라는 명목으로 보조한다. 올해의 경우 그 규모가 5백억원을 넘어선다. 보조금 산출은 유권자 1인당 8백원씩 기본으로 부담하고 올해처럼 선거가 있는 해는 8백원씩 추가로 부담하므로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유권자는 예외없이 올해 1천6백원씩을 세금으로 내게 된다. 한 사람도 예외가 없다. 이 보조금을 받은 정당은 사이좋게 국정운영을 위해 사용하면서 정당법 제1조의 규정대로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는데 진력해야 마땅하다. 눈만 뜨면 티격태격 싸우는 모습을 보인다면 분명 보조금을 대준 유권자에게 면목없는 일이다. 나아가 이런 행위는 명백한 직무유기라 하겠다. 정당과 후보자가 불법을 일삼고 페어플레이를 하지 못한다면 유권자가 잘하라고 질책하는 것이 당연하다. 잘하라고 질책하는 방법 중 가장 실효성 있는 방법은 선거 때 표로써 응징하는 것이다. 유권자 한사람 한사람이 각자의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질책의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한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