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사각, 옷깃 스치는 소리와 함께 샤콘이 다가온다. 샤콘이라면 대다수의 음악애호가들에게 낯설지 않은 이름. 비탈리가 쓴 샤콘은 「지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이라는 선전문구와 더불어 칼날같이 정교한 하이페츠의 연주로 잘 알려져 있다.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곡집에 들어있는 샤콘은 건축적인 치밀함과 기교, 열정이 집약돼 있어 모든 바이올리니스트가 한번쯤 도전해 보고 싶어하는 작품이다. 비탈리, 바흐의 두 작품에 매력을 느낀다면 「샤콘」이라는 장르의 독특한 특색과 함께 다른 작곡가들의 샤콘에도 관심을 기울여볼 만 하다. 최근 「아르히프」레이블로 선보인 샤콘 모음집 음반이 샤콘의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면모를 일깨워준다. 라인하르트 괴벨이 지휘하고 무지카 안티쿠아 쾰른이 연주한 이 음반에는 바로크시대 륄리, 코렐리, 퍼셀 등이 작곡한 샤콘 9곡이 실려있다. 샤콘의 매력은 무엇일까. 유쾌하고 즐거운 곡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의 샤콘은 깊은 명상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수도사들의 기도에 사용됐다는 기록도 있다. 명상적 기분으로 유도하는 핵심은 깊은 저음의 한없는 되풀이에 있다. 느릿한 3박자로 되풀이되는 저음 음형(音型)위에 멜로디는 수없이 변화하는 사념의 만화경을 풀어놓는다. 음형이 반복되면 기억하기 쉽다. 이 때문에 샤콘은 누구와도 금방 친해질 수 있다. 이런 특징이 작품마다 공통적인 이유는 바로 샤콘이 일정한 베이스(최저음)를 반복시키며 선율을 변화시켜 나간 3박자 변주곡을 뜻하기 때문이다. 샤콘은 17세기 말 프랑스작곡가 륄리의 오페라에서 느리고 위엄있는 춤곡으로 등장하면서 「음악의 귀족」으로 대우를 받기 시작했다. 샤콘은 이 시대 작곡가들의 연습용 과제이기도 했다. 『바로크시대 작곡가의 스타일을 쉽게 알아보려면 그가 작곡한 샤콘을 살펴보라』는 말도 이런 사실에 기반을 둔 것이다. 음반의 연주를 맡은 무지카 안티쿠아 쾰른은 음표사이의 기복을 유연하게 펼쳐나가면서도 합주에서 무게있는 질감을 나타내는 악단. 특히 느릿한 이그나츠마이어, 퍼셀 등의 샤콘 연주에 적역이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바흐와 비탈리의 샤콘은 이 음반에 들어있지 않다. 그러나 두 곡은 각각의 가치만으로 별도의 노력을 들일 만한 명곡이다. 〈유윤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