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 깅리치 미국 하원의장은 지난달 방한했을때 金守漢(김수한) 국회의장의 공관에 갔다가 어마어마한 규모와 호화스런 장식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공관은커녕 단독주택도 아닌 비좁은 아파트에 사는 자신의 처지와는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었다. 깅리치의 하원의장으로서의 소득은 17만달러(약 1억5천만원)의 연봉이 전부. 판공비는 아예 없다. 깅리치의 최근 고민 역시 돈 문제다. 그는 지난1월 하원 본회의에서 면세처리를 잘못했다는 이유로 견책과 벌금 30만달러의 징계를 당했다. 그렇지 않아도 돈이 없어 쪼들리는 그가 거액의 벌금을 물게 되자 전 미국인이 어떻게 돈을 마련할 것인지에 관심을 갖게 됐다. 길은 정치자금 모금 아니면 은행대출의 두 가지. 전자는 법적으로는 괜찮지만 윤리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상처를 받기가 십상이다. 후자는 부인 마리안느의 반대가 심했다. 징계자체가 억울한데 돈을 꿔서 벌금을 무는 모양새는 깅리치의 마음에도 들지 않았다. 그래서 달력만 쳐다보고 차일피일하고 있던 차에 뜻하지 않게 옛 친구가 찾아왔다.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한뒤 정계를 떠난 같은 공화당소속의 보브 돌이었다. 깅리치는 17일 하원 본회의장에서 『재산이 별로 없어 가까운 친구 돌에게 돈을 꾸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공화당의원들은 자신들의 지도자를 괴롭혀 온 난제가 훈훈한 미담으로 갑자기 바뀐데 대해 환호하며 기립박수를 보냈다. 두 사람 사이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라는 게 공지의 사실이었기 때문에 뜻하지 않은 돌의 호의는 의원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재산규모가 평가에 따라서는 7백만 달러나 되는 갑부인 돌은 『깅리치의 재정적 어려움에 대해, 또 벌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를 놓고 사람들이 쑥덕대는게 너무 싫었다』며 『이것은 친구를 도와준 것뿐 아니라 당에 대한 장기투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짜는 아니다. 연리 10%에 8년후 상환조건. 미국 시중금리에 우대금리 1.5%를 얹은 것과 같아 투자가치로도 손해는 아니다. 다만 담보만 잡지 않았을 뿐이다. 〈워싱턴〓홍은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