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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 일관성이 없다…부총리 바뀔때마다 단기처방 혼선

입력 | 1997-04-18 20:15:00


『새 부총리가 취임하면 전임 부총리의 정책을 뒤엎는 논리를 제공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지난 20년간 경제관료로 쌓아온 능력은 웃분의 정책을 근사하게 포장해 내는데 있었다는 생각입니다』 재정경제원 P국장의 술회는 우리나라 경제정책 변화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올들어 우리 경제가 맞고 있는 총체적 위기국면은 조령모개(朝令暮改)식 경제정책에도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정부 출범이후 4년사이 경제부총리가 여섯차례나 바뀌고 청와대 경제수석도 다섯번이나 갈리면서 정책혼선이 되풀이돼왔다. 신경제5개년계획이 2년만에 사실상 자취를 감추는가 하면 10년이상 장기시행이 요구되는 계획안들이 3개월짜리 계획으로 사라지기도 했다(이하 직함은 당시 직함). 李經植(이경식)부총리의 경우 사실상 朴在潤(박재윤)경제수석의 신경제론에 끌려다녀 독자적인 정책을 펼칠 기회가 없었고 丁渽錫(정재석)부총리는 이상주의만을 표방하다가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 洪在馨(홍재형)부총리는 안정화론을 펼쳤지만 韓利憲(한이헌)경제수석에 밀려 무게중심조차 잡지 못했다는 평이다. 羅雄培(나웅배)부총리는 「선성장 후개혁론」으로 경기부양책을 시행했고 韓昇洙(한승수)부총리는 10%경쟁력향상안을 외치다가 한보 돌풍에 휩싸여 단명으로 물러났다. 이런 추세라면 姜慶植(강경식)부총리가 주창하는 「구조조정론」도 길어야 반년짜리라는 회의론이 나올 법하다. 최근 「경제살리기 몇개년 계획론」이 조금씩 새어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 재경원이 차기대통령후보를 노리는 한 여당 인사진영과 정치적 조율을 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런 차원이라면 정책의 굴절과 실패 우려가 높을 수밖에 없다. 청와대 경제수석실과 재경원의 잇단 힘겨루기로 실무부서의 밤샘작업이 휴지조각이 돼버리는 경우도 숱하게 많았다는 지적. 지난 93년3월 문민정부 첫 경제수장인 이경식부총리는 취임하자마자 신경제 창시자를 자처하는 박재윤수석의 고집에 두손 들었다. 경제계획운용안의 「운용」을 「운영」으로 바꿔야 한다는 박수석의 지론에 따라 이후의 재경원 보고서에서 운용이란 단어는 사라졌다. 『경제팀장마다 정치적 고려에 의해 단기처방만 늘어놓아 경제에 혼란만 가져왔다. 중장기적 정책을 꾸준히 추진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이 시급하다』(연세대 경제학과 尹建永·윤건영교수) 『그간 나왔던 신경제, 세계화, 경쟁력 10%높이기는 하나같이 훌륭한 정책이다. 이같은 정책이 부총리가 바뀌면서 소리없이 사라지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예측가능한 정책이 입안되고 안정적으로 추진돼야 한다』(LG경제연구원 金柱亨·김주형 경제연구실장) 〈임규진·이용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