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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 입국]『보석이냐 폭탄이냐』…「언행」 촉각

입력 | 1997-04-20 20:08:00


「보석이 될지 폭탄이 될지…」. 黃長燁(황장엽)전북한노동당 비서가 20일 망명시도 두달여만에 서울에 안착하자 정부의 한 당국자는 「기대반 우려반」의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북한의 주체사상을 집대성한 인물인 황씨는 망명직후부터 남북한은 물론 한반도주변국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 남북관계 당초 황씨의 망명은 남북관계에 커다란 악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예상이었다. 일각에서는 잠수함사건때보다 더한 긴장이 조성될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예상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들어맞았다고 보기 어렵다. 4자회담이나 경수로사업, 남북경협 등 대부분의 주요현안들이 별 탈 없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이 서울에서 金日成(김일성) 金正日(김정일)부자에 흠집을 내는 언행을 할 경우 북한은 민감하게 반응할 공산이 크다. 황의 망명후 일부언론이 「김일성이 김정일과 언쟁중 사망했다고 황비서가 증언했다」는 추측성 보도를 내자 북한이 즉각 보복하겠다고 흥분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정부는 황씨의 망명으로 북한권력 내부에 대한 귀한 정보들을 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동안 미국측의 협조로 북한에 대한 「물적(物的) 정보」는 웬만큼 확보했지만 「인적(人的)정보」는 황무지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따라서 황씨가 주는 정보는 향후 대북정책을 펴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 틀림없다. ▼ 국내정치 이른바 「황장엽리스트」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핵폭탄에 비유된다. 「황리스트」의 존재여부에 대한 정부의 공식입장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향후 신문 조사과정에서 「황리스트」가 불거져 나올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정부는 「황을 정치적으로 이용치 않겠다」는 중국과의 약속에 따라 「황리스트」가 나오더라도 이를 공개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그러나 남한내에 친북세력이 있다면 당연히 이를 공개수사해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도 쉽게 무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와 함께 황씨에 대한 「특별대우」도 두고두고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정부가 그에 대해 일반 탈북자와는 다른 예우를 해주기로 한데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金鍾泌(김종필)자민련 총재는 벌써부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황씨는 자신이 만든 주체사상에 확신을 갖고 있으며 김일성과 김정일이 이를 왜곡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관계당국은 미국측이 황씨에 대한 공동 신문조사를 바라고 있지만 이에는 절대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당국의 신문조사가 끝나면 미국이든 일본이든 원할 경우 황씨와의 면담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문 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