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식량난은 어느 정도 심각할까. 아직 정확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최근 잇따라 북한을 다녀온 국제기구 관계자의 증언과 외국언론의 보도를 통해 그 실상이 드러나고 있다. 미국의 유에스에이 투데이지는 북한 관리의 말을 인용,『올해는 조국해방전쟁(한국전쟁)때보다 (식량)상황이 더 어렵다』고 전했다. 그동안 입이 무거웠던 중국언론도 가세했다. 중국의 「환구(環球)시보」는 최근 북한을 둘러본 르포기사에서 『북한 주민 1인당 하루 배급량은 당초 6백g이지만 작년 10월을 전후해 2백50g(아동 1백50g)으로 줄었고 현재는 이에도 훨씬 미치지 못해 주민들이 심각한 영양실조상태』라고 폭로했다. 특히 암시장에는 식량 1㎏이 북한노동자 한달 월급과 맞먹는 1백원에 뒷거래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정도차이는 있지만 『북한 식량난이 심각하다』는 게 방북인사들의 한결같은 증언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수치로 살펴보자. 지난달 북한을 다녀온 캐서린 버티니 세계식량계획(WFP)사무총장은 『북한당국자가 「곡물부족량이 2백30만t인데 이중 1백만t은 조달할테니 1백30만t을 지원해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당국의 분석도 대체적으로 이와 비슷하다. 안기부는 올해 총수요량(5백83만t)에서 3백69만t의 생산량을 제외하면 2백14만t을 부족분으로 보고 있다. 여기서 공업용 사료용 등 경제운용에 필수적인 곡물(1백61만t)을 제외하면 올 4월까지만 식량배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현재 중국 등 외국의 원조물량이 15만t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5월초까지 배급은 가능하다는 것. 통일원도 올 추수기(10월무렵)까지 2백만t의 식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당국은 북한이 보리 감자 등 하곡(25만t)이 생산되기전 즉 6월무렵이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까지 식량재고량이 57만여t(한달수요량 30만t)으로 감량배급을 한다면 앞으로 4,5월 두달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측 설명이다. 그러나 북한내 배급체제가 소위 기득권층이나 특정 지역에 치우치면서 와해되기 시작할 때 북한내 일부지역 주민들은 예상보다 빨리 기아상태에 직면할 것이라고 정부당국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정연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