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이 골리앗의 숨통을 죄고 있다」. 손톱깎이제조를 주력으로 탄탄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 국내 한 중소기업이 세계 최대의 민간항공기 제조업체인 미국 보잉사와의 「777」(스리세븐) 상표권 분쟁에서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매출액 2백50억원에 불과한 충남 천안의 대성금속(사장 金炯奎·김형규)은 미국 특허청에 상표등록을 출원한 지 3년만에 학수고대하던 출원공고 허가통지를 받았다고 최근 밝혔다. 대성금속으로서는 매출액이 8백40배나 더 많은 초거대기업을 상대로 「작은 고추의 매운 맛」을 보여준 셈. 미국 특허청이 일단 대성의 손을 들어준 것은 선(先)등록주의가 아닌 선사용주의 원칙에 따른 것이다. 대성이 만든 「777」 손톱깎이는 비록 미국 특허청에 상표등록을 하지는 않았지만 보잉이 90년 상표등록을 하기 6년전부터 미국에 수출됐음이 인정됐다는 게 대성측 설명. 대성을 대리해 보잉과의 싸움에 나선 趙義濟(조의제)변리사는 『현재 보잉측은 기내 편의품에 상표를 붙이는 문제를 놓고 대성측과 타협해야 할 입장』이라며 『보잉사가 또 다른 이의신청을 했지만 대성측이 유리한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에서도 의류업체 대현과 핸드백업체 J패션간에 「마르조」를 둘러싼 7년간의 상표권분쟁에서 먼저 출원했다는 사실만으로 보호받는 게 아니라는 판례가 나와 주목을 끈다. 대현과 J패션이 마르조라는 똑같은 상표의 핸드백을 시판하면서 불거진 이 분쟁은 대현이 의류에만 등록해 놓은 마르조 상표를 J패션이 잡화류 상표로 먼저 등록해 시작됐던 것. 대법원은 지난달 「소비자들이 마르조를 의류업체 대현의 고유브랜드로 인식하고 있어 혼란을 줄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대현측 손을 들어주었다. 대현의 승소는 다른 상표권분쟁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허청 항고심에 계류중인 세계물산의 상표권분쟁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판결에 힘을 얻은 나산은 과거 분쟁끝에 포기했던 자사 브랜드를 되찾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청도 현행 상표법에 관한 논란을 감안, 최근 공청회를 여는 등 개정작업을 추진중이다. 〈박내정·이명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