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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방북인사 「현장목격기」]『일부지역 풀뿌리도 고갈』

입력 | 1997-04-21 20:12:00


『행색이 말이 아닙디다. 얼굴엔 핏기가 하나도 없고 모두들 수척해진 모습이었습니다』 지난 3월 한국 국적자 중에선 올들어 유일하게 북한을 다녀왔다는 남상욱씨(52·가명)는 평양의 호텔 식당에도 1백g의 잡곡밥을 반공기에 담은 식단이 오르고 있었다고 전했다. 남씨는 사업관계로 평양시내를 두루 살펴보진 못했지만 자신을 감시하는 북한 안내원들로부터 『이 정도의 식사량은 북한내에선 고급수준』이라는 말을 듣고 북한의 식량난이 「갈 데까지 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두만강 접경지역에서는 사료용 검은 밀가루가 군 당(軍 黨)간부의 월급과 맞먹는 ㎏당 80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간부들조차 굶주림을 겪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남씨는 전했다. 지난 2월 학술조사차 평양을 다녀온 재미교포 박모씨도 한국의 60년대 장터를 연상시키는 식량 교환소가 평양 근교에 개설돼 이곳에선 평양 시민들이 가전품들을 내다팔고 있으며 그나마 여유식량이 있는 농촌지역 부자들은 이를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8일 함북 무산과 회령시 등을 다녀온 조선족 공상일씨도 굶주림에 힘없이 누워있는 주민들을 집집마다 흔하게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공씨에 따르면 올들어 식량배급이 완전히 중단되면서 주민들이 풀뿌리나 나무껍질 채집에 나섰으나 이것 역시 고갈돼 외부 식량지원이 없으면 대량으로 아사자(餓死者)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 공씨는 『북한 북부지역의 경우 최근 파종기를 맞아 「종자를 달라」는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몇달만 버티면 된다고 말하고 있지만 주민들이 굶주림에 지쳐 어떻게 농사를 지을지 절망적인 상황』이라며 걱정했다. 〈박내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