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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마주보기]KBS「조선왕조실록」,세계최고지도 제작

입력 | 1997-04-22 09:14:00


역사는 상상력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낡은 그림과 반쪽의 문서와 같은 「실증」만으로는 옛사람들의 먹고 사는 모습이나 희망과 절망을 헤아리는 일이 쉽지 않다. KBS1 「TV조선왕조실록」은 「역사」가 실종된 듯한 요즘, 기획자체가 반가운 프로그램이다. 조선시대 사회 문화를 연대별로 짚어가는 이 프로그램은 22일 당대 세계 최고의 지도라는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混一疆理歷代國都之圖)를 중심으로 한 「1402년, 조선이 바라본 세계」편을 방송한다. 『천하는 아주 넓다. 중국에서 사해까지 몇천만리인지 알 수 없다. 이에 세계지도를 만들어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천하를 알 수 있게 했다』. 태종2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의 제작을 지시한 권근의 발문이다. 미국 컬럼비아대 레드야드교수가 지은 책 「지도학의 역사」 동아시아편의 표지는 바로 이 지도다. 내레이션은 지도에 표시된 나라들을 따라서 당시 조선의 대외관계까지 시야를 넓힌다. 구성에 관계없이 이 프로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영혼의 랑데부」측면에서 볼 수도 있다. 각국의 지도를 구하기 위해 옥고까지 치르는 사신들과 이렇게 구한 자료로 세계지도를 만드는 사람들. 5백년 후 일본에 있는 사본을 보고 감동한 이찬 전서울대교수가 필사를 하기 위해 20년 동안 공을 들이는 모습 등…. 역사를 대중에 전달하는 TV연출자나 역사프로를 보는 시청자 역시 상상력이 필요한 것이다. 〈신연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