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이 끝난 아쉬움을 뭘로 달랠까. 이번엔 「복고」다. 흘러간 추억을 흔들어놓을 야심작에서 어린시절 동심을 들뜨게 했던 동화와 만화까지. 주말드라마의 옷을 입고 시청자를 향해 숨가쁘게 달려오고 있다. KBS2는 복고풍의 「파랑새는 있다」로, MBC는 동화에서 모티브를 따온 「신데렐라」로 26일부터 맞대결을 벌인다. SBS도 「임꺽정」이 끝난 뒤 만화 같은 「아름다운 그녀」를 지난 주말부터 방송중이다. KBS의 「파랑새는 있다」는 차력사와 무명가수, 술집작부와 약장수 등 흘러간 밑바닥 인생이 등장하는 드라마다. 「서울의 달」 「옥이이모」 등에서 사람의 속내를 기막히게 들여다보고 그려냈던 작가 김운경씨가 팔을 걷어붙였다. 특히 그는 스타에 기대지 않고 모든 등장인물을 개성있게 살려내는 재주로 유명한데 이번에도 주인공 병달 역에 지난해 입문한 새내기 탤런트 이상인을 올려놓았다. 이에 맞서 동화에서 제목을 따온 MBC의 「신데렐라」는 내용까지 동화와 닮았다. 방송 진행자로 활약하는 황신혜와 CF모델로 두각을 드러내는 여동생 이승연, 두 자매가 우연히 이웃이 된 청년 영상사업가 김승우를 사이에 두고 묘한 사랑의 줄다리기를 펼치게 된다. 동생을 구박하는 언니, 슬픔을 참고 견뎌 왕자와 결혼해 신분상승을 이루는 신데렐라의 줄거리 그대로다. SBS의 「아름다운 그녀」는 고아출신의 권투선수인 이병헌과 젊은 미망인 심은하의 애절한 사랑이야기. 사랑하는 여인의 도움으로 챔프에 오른다는 어디서 많이 본듯한 만화를 연상시킨다. 이같은 주말드라마의 새단장 흐름에 대해 KBS 방원혁TV본부장은 『요즘 시청자들은 뇌리에 새겨져 있는 과거를 자극하는 이야기에 빠져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말로 설명했다. 최근 「가장 복제하고 싶은 사람」에 관한 설문조사에서 고 박정희대통령이 앞자리를 차지했듯이, 현실정치에 넌더리가 난 요즘 중장년 시청자들은 「그때 그 사람들」에 관한 드라마에 야릇한 향수와 열렬한 지지를 보인다는 것이다. 「형제의 강」처럼 아역시절부터 시작되는 드라마 형태가 많아진 것도 이때문이다. 이와 함께 현실이 복잡할수록 아무 근심없었던 어린시절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피터팬 신드롬」도 동화나 만화 같은 드라마 붐의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는 피터팬처럼 「그래서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동화 식의 드라마가 시청자들을 「집단 퇴행」으로 몰고갈지, 「환상의 도피」로 이끌지는 두고 볼 일이다. 〈김경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