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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선생님 멋쟁이]신반포중학교 박판수

입력 | 1997-04-22 09:14:00


『디기디기 뻔∼ 뻔 뻔 디기디기』 잠이 밀려오는 나른한 오후 국어시간. 졸음을 이기지 못해 고갯짓을 하는 학생이 늘게 되면 무뚝뚝한 표정으로 교과서를 읽던 「번데기선생님」의 얼굴 근육이 풀리면서 한바탕 살풀이가 시작된다. 70년대 히트곡 「그건 너」를 개사해 만든 노래와 함께 특유의 「번데기춤」을 선보이는 시간. 선생님의 어색한 춤동작에 졸던 학생들은 모두 꿈나라에서 탈출해 교탁을 두드리며 웃다가 눈물까지 찔끔거린다. 「번데기춤」의 대가인 신반포중학교 박판수선생님(37)은 이 학교에서 「번데기선생님」으로 통한다. 박선생님의 「번데기춤」을 한번이라도 구경한 사람은 자다가도 웃음을 터뜨리게 된다. 「번데기춤」은 박선생님의 다양한 레퍼토리중 하나에 불과하다. 선생님은 가요는 물론 록 헤비메탈 가곡 재즈까지 모두 섭렵했기 때문. 서울대 음악대학원에서 국악이론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박선생님은 가끔씩 교실에서 판소리한마당을 펼치기도 한다. 교과서에 나오는 판소리를 직접 불러주면 학습효과도 높아진다는 것. 선생님이 즐겨부르는 「심청가」는 학생들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한여름 푹푹 찌는 날에는 심봉사가 개울에서 목욕하는 대목이 안성맞춤이다. 교탁을 두드리며 장단을 맞추고 있노라면 학생들의 「얼쑤」 「그렇지」하는 추임새가 터져나와 교실 전체가 판소리 공연장으로 변한다. 심봉사가 차가운 물을 끼얹으며 몸을 비비꼬는 장면을 중중모리 장단으로 신명나게 불러 젖힐 때면 학생들의 팔뚝에서도 소름이 돋는다. 박선생님의 노래가 끝나면 언제나 교실은 학생들의 앙코르 연호로 가득 찬다. 그러나 『수업에 지장을 주는 「앙코르」는 절대 사양한다』는 게 선생님의 철칙이다. 〈박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