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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갈등 해결엔 상대방 의견 경청 중요

입력 | 1997-04-22 09:14:00


아침 출근길의 K씨. 승용차를 몰고 아파트 단지를 나서는데 엔진이 꺼져버렸다. 어제 아내가 차를 쓴다고 하더니 기름이 바닥났는데도 몰랐단 말인가.

저녁때 그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대뜸 소리부터 질렀다. 『아니 여편네가 어딜 그렇게 쏘다녔던 거야』 갑작스런 남편의 공격에 아내도 가만 있을리 없다.『당신은 뭐 그만한 일로 화를 내고 그래』

만약에 남편이 『오늘 아침에 기름이 떨어져 당황했잖아』라면서 「너는 어떻다」가 아니라 「나의 감정」만을 전달해주고 아내는 『당신 굉장히 화가 났겠네』라고 일단 분노를 인정해주었다면 사정은 달라졌을 것이다.

최근에는 부부간의 자긍심을 지켜주지 않았다면 배우자가 의심받을 만한 행동을 했더라도 위자료를 주고 이혼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와 화제가 됐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지만 작은 다툼이 쌓이면 심각한 갈등으로 발전한다.

부부상담치료와 아울러 매달 부부행복만들기 정례워크숍을 열고 있는 상담문화연구원의 심상권원장은 『부부관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분노처리인데도 분노를 해소할 수 있는 대화가 제대로 안되는 경우가 많다』며 『부부간의 분노와 갈등 처리는 지고 이기는 게임이 아니라 모두 이기는 대화방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화때 지켜야 할 점은 첫째 먼저 들으라, 둘째 말을 중단시키지 말라, 셋째 말을 확인해 보라는 것. 심원장은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사랑』이라며 『대화하자고 하면서 내 말만 하려는게 문제』라고 말했다. 대화때는 상대방이 제일 중요한 사람이라는 마음가짐으로 경청해야 한다.

대화의 목표는 상대의 뜻을 아는데 있다. 중간에 가로채지 말고 끝까지 들어줘야 한다. 끝으로 상대의 말이 끝나면 그냥 『알았다』고 넘기지말고 『당신 생각은 이런 거지』라고 구체적으로 상대의 말을 확인해본다. 그 다음에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대화의 올바른 순서다.

다음으로 상대의 느낌을 존중하는 것도 분노처리과정에서 중요하다. 『당신이 기분 나빠하는 이유를 모르겠어』 『뭐 그런 것 가지고 울고 그래』 화가 난 당사자에게는 어처구니 없는 표현들이다. 상대방의 분노를 도외시말고 그대로 받아주는 것이 부부관계의 기본. 『이유는 모르지만 저 사람이 마음 아파하는구나』라고 수용한다.

분노란 자신에게 중요한 일이 자기 뜻대로 안되니까 고통스러움을 느끼는 것이다. 『나 아니면 그 분노를 어디서 터뜨리겠는가』라고 생각해준다. 대신 「단추 누르지마」 등 부부암호를 통해 감정상태가 터지기 일보직전임을 상대에게 알려주는 것도 바람직하다. 또 화날 때 너무 감정이 고조되면 이성이 마비되므로 경우에 따라 한 쪽이 자리를 피하는 것도 요령이다.

사소한 일 같지만 화가 난다고 집안이나 가족을 들먹이는 「고고학적」 방법이나 과거의 허물을 들먹이는 일은 절대 하지말아야 한다.

〈고미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