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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관 신바람 건강법⑤]내몸에 맞는 운동

입력 | 1997-04-22 09:14:00


병원에서 고혈압 진단을 받은 K씨(53·기업 임원). 고혈압에 운동이 좋다는 소리를 듣고 3개월간 하루도 빠짐없이 열심히 운동을 하다가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검사결과는 뜻밖이었습니다. 혈압이 더 높아졌을 뿐 아니라 멀쩡했던 심장에도 이상이 있다는 겁니다. 『몸에 좋은 운동을 했는데, 그것도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오히려 건강이 나빠지다니 이거 말이 되는 겁니까』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K씨를 붙들고 자세한 얘기를 들어보니 「말이 된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는 석달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집 근처 학교 운동장을 열바퀴씩 죽을 힘을 다해 달렸다는 것입니다. 안 그래도 혈압이 높아 부담이 많은 심장이 집중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밖에요. 돌연사 같은 큰 변을 당하지 않은 것만도 천만 다행입니다. K씨 같은 분이 의외로 많습니다. 운동을 한다고 무조건 건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신문 지면에 「기업체 간부가 등산를 하다가 갑자기 쓰러져 숨졌다」거나 「모씨가 조깅을 하다가 가슴을 움켜쥐고 주저앉아 병원에 옮기는 도중 사망했다」는 기사가 가끔 실립니다. 이를 남의 일이라고 여기다가 큰 코 다칩니다. 꼭 돌연사가 아니라도 잘못된 운동은 골절을 상하게 하고 만성피로가 생기는 등 부작용이 따릅니다. 누가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 입이 근질근질해서 『그게 운동이 됩니까. 기왕 운동 하려면 러닝셔츠를 서너번 짜낼 만큼 땀을 내고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해야지』라고 핀잔을 주는 사람은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건강을 위한 운동은 무조건 강하게 한다고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줄넘기를 5분 하고 가뿐하게 끝내거나 매일 20분씩 주위를 어슬렁거리고 나서 운동을 했다고 말하는 것도 우스운 일입니다. 운동에는 「과부하의 원리」가 있습니다. 일상 생활보다 부하(負荷)를 다소 강하게 주어야 운동효과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다소 강한」 부하란 어떤 걸까요.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 힘의 50% 미만으로는 운동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또 일반인이 운동할 때 최대 힘의 85% 이상 강도로 하면 여러가지로 몸에 무리가 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몸에 과부하를 줄 때는 서서히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는 겁니다. 전혀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센 운동을 하면 심장마비나 중풍으로 쓰러질 위험이 있습니다. 건강에 도움이 되는 운동을 하려면 이렇게 하십시오. 처음에 자기 최대 운동능력의 50% 수준에서 시작해서 차츰 강도를 높여가다가 최대 운동능력의 70∼80%에 도달한 다음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남이 장에 가니까 거름 지고 따라 나서는 식의 운동으로는 안됩니다. 자기 몸에 맞는 운동종목과 운동량을 정하는 것이 먼저 입니다. 특히 40대 이상은 「운동으로 폼을 좀 잡아보자」는 생각이 있다면 지금 당장 바꾸십시오. 황수관(연세대의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