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열린 남북한 미국의 3자 설명회 후속회의는 몇가지 이례적인 장면을 연출하면서 21일 끝을 맺었다. 지난 1년간 4자회담을 수락하도록 압력을 받아온 북한은 「원칙적으로」 이를 수락했으나 막상 반가워해야 할 韓美(한미) 양국은 오히려 회의가 성과없이 끝났다고 말한다. 수락은 하되 예비회담 등 추후 일정은 식량을 주어야만 합의할 수 있다는 것이 북한측의 주장이고 한미는 이를 북측이 식량만 떼어 먹으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한미 양국은 일단 수락까지는 확보했으며 북한이 어려운 식량사정때문에 곧 다시 대좌하러 나올 것이라는 기대속에 회의를 끝냈다. 이례적인 장면가운데 다른 하나는 남북한이 종전에 볼 수 없었던 「매우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는 점. 본국의 훈령이 오질 않아 제2차 후속회의가 자꾸 연기되자 북측의 金桂寬(김계관)수석대표는 20일 오후 직접 한국대표단을 방문하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21일 오전에는 李根(이근)차석대표가 우리측에 전화를 걸어 『그동안 인간적으로 가까워졌는데 결과가 없어서 서운하다. 다음에 다시 보자』고 인사말을 건네기도 했다. 우리측은 이같은 북측의 태도에 보답하는 뜻으로 실무급회의를 제의해 작별인사를 나눴다. 우리에게 전할 말도 꼭 미국을 통하던 북한측 자세도 완전히 바뀌어 이번에는 남북한간에 수시로 전화연락이 취해졌다. 남북한과 미국이 앞으로 4자회담 문제를 다루기 위해 실무자급의 접촉을 상설화하기로 한 것도 소득이다. 한미간의 매끄러운 공조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미국측은 우리보다 한발 더 나아가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회의초반 결과를 지나치게 낙관한 점이나 제2차 후속회의가 북한측사정으로 3일이나 지연되다가 불발될 때까지 대책없이 끌려 다니기만 했던 부분은 협상력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앞으로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를 전망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한미대표단의 관측처럼 북한은 원조식량이 도착하는 내달중 분위기가 개선됐다는 이유를 달고 다시 회담장에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급한 것은 북쪽이기 때문이다. 〈뉴욕〓이규민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