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도 잘해요 아이를 둔 부모는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파란 풍선을 보면 아이처럼 마음이 두둥실 떠오르고 책을 살 때도 이왕이면 고운 그림이 있는 것을 고른다. 아이가 즐겨 보는 TV프로는 부모에게도 좋은 벗이다. 불행하게도 한국 TV에는 아이들에게 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극히 드물다. KBS2 TV 「혼자서도 잘해요」는 몇안되는 국내 제작 프로의 하나다. 매일 아침이 되면 삐약이와 늑돌이 그리고 춤추고 노래하는 동무들을 보기 위해 아이는 TV앞에 앉는다. 부모도 따라서 눈이 간다. 23일의 주제는 「개구리 놀이」. 봄을 맞아 깨어나는 자연을 노래하는 시간이다. 연못에 돌을 던지는 아이들에게 개구리가 아프다며 소리지르고 생쥐와 개구리가 달리기시합을 한다. 김영만 아저씨의 만들기 놀이도 빼놓을 수 없는 코너. 돈만 주면 뭐든 완제품으로 살 수 있는 요즘 나무젓가락과 종이컵 색종이로 직접 만드는 일은 작은 창조의 기쁨을 준다. 그러나 슬프게도 어린이 프로는 방송사 안에서 기피분야 1순위다.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없고 승진에도 지장이 있기 때문. 컴퓨터그래픽이나 세트 인형들을 매회 새로 제작해야 하는 프로임에도 제작비나 인원배정에서 늘 다른 프로에 밀린다. 눈앞의 경쟁에 매몰돼 정작 소중한 것을 망치는 일은 사회뿐 아니라 방송에서도 매일 일어나고 있다. 국민이 KBS에 시청료를 내는 뜻은 「첫사랑」만 만들라는 것이 아니다. 좀더 공들여 만든 「혼자서도 잘해요」 같은 프로를 보고 싶다. 〈신연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