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敍英(최서영·26·회사원·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씨 초등학교 교사인 친구가 있다. 발령을 받은 첫 해, 그 친구는 담임을 맡게 되었다. 신학기를 맞아 학부모들과 상담을 하던 친구는 난감한 입장에 부닥쳤다. 촌지 문제였다. 학부모가 좋은 책을 읽었는데 선생님께도 권해드린다며 내민 책 속에 돈 봉투와 상품권이 끼여 있거나 자리를 비운 사이에 슬그머니 선물 꾸러미를 놓아두고 가기도 하고 심지어는 얼굴을 맞댄 자리에서 불쑥 돈봉투를 내미는 일도 있었다고 했다. 면전에서 거절하기도, 우편으로 돌려보내기도 한 당혹스러운 상황에서 주위 선생님들은 「알아서 하라」는 태도를 보였고 학부모들은 뿌리치면 『단순한 성의 표시인데 왜 그리 유난을 떠느냐』며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가슴앓이를 하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 또한 답답한 마음을 누를 길이 없었다. 비단 학교만이 아니라 관공서와 병원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는 「떡값」과 「촌지」의 사회가 되어버렸다. 주지 않으면 뭔가 불이익을 당할 것 같다는 생각, 당장이든 아니든 간에 일단 주면 반드시 그 대가가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뇌물성금품이 넘쳐난다. 이젠 그 기원을 찾기조차 어려울 만큼 뿌리깊은 관행이 되어버린 이러한 현상은 우리 사회가 정당한 경쟁과 평가의 과정을 상실한 데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능력대로 검증받기에 앞서 각종 연줄이나 돈을 이용하여 무엇이든 목표만 달성하면 된다는 태도가 우리 사회를 혼탁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어지러운 시절일수록 가치 기준은 명백하게 세워야 한다. 의식 개혁이라는 진부한 대안은 물론이려니와 법적 규제 또한 강화되어야 한다. 뇌물이었네, 떡값이었네 하는 속들여다 보이는 말장난이 아니라 시시비비를 분명하게 가려내 잣대를 바로 세우는 것이 그릇된 관행을 개선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