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를 달구는 사막에서 만나는 순백의 설원. 흙먼지 날리는 습도 0.00% 황무지의 초원. 이 뜻밖의 조우는 의외를 넘어 경이로 치닫는다.여기는 인요국립산림지대. 한시간전만해도 황무지 일색이던 이스턴시에라. 그러나 비숍을 지나 인요산맥이 화산고원과 대치될 즈음에 그 모습을 바꿨다. 푸른 숲과 맑은 호수, 흰눈 덮인 산정…. 같은 서부지만 그 배경이 판이한 두 영화, 「보난자」와 「초원의 집」 차이다.
395번 도로가 달리는 인요국립산림지대의 명소는 그 이름부터 재미있다. 모리슨산(해발 3,739m)을 배경으로 푸른 물빛을 뽐내는 「콘빅트(죄수)레이크」에서는 서부 냄새가 물씬 난다. 1871년 카슨시티(네바다주도)에서 죄수 6명이 탈옥했다. 우편집배원을 살해한 이들을 찾아 수색대가 나섰고 호수 부근에서 죄수들은 붙잡혔다. 콘빅트호수는 죄수, 모리슨산은 당시 숨진 수색대원 이름에서 나왔다. 도로 오른편의 「핫크리크」는 온천지대. 고압의 온천수가 용출하는 가이저(간헐천)까지 있다.
이지역 푸르름의 중심은 매머드산(해발 3,370m). 미국의 허다한 스키장중에서도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곳. 사철 모두 아름다운 곳이다. 드라이랜드의 설산인 매머드, 또 사막지대에서 만나는 상큼한 푸르름에 끌려 그리로 향했다. 진입로는 203번 지방도로. 쉼없이 이어지는 구릉을 타고 도로의 해발고도는 계속 높아갔다. 매머드레이크는 수많은 호수들이 산과 초원 사이에 포진한 모습이다. 하늘을 닮아 푸르디푸른 모습이 초원과 어울려 한폭의 그림이었다.
매머드레이크는 리조트타운은 완전히 별세계였다. 2,3층의 아담한 호텔과 식당이 설산과 녹음을 배경으로 하나의 도시를 형성하고 있었다. 7월까지도 스키를 즐기는 사막의 스키장. 곤돌라로 설산 정상에 오르니 저 멀리 황무지의 소금물 호수 모노레이크가 들어왔다. 사막에서 설산, 호수에서 화산까지 지상의 아름다움과 혹독함을 모두 품은 이스턴 시에라. 그 다양함에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