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의 최남단, 「한반도의 마침표」 마라도(남제주군). 제주 모슬포항에서 뱃길로 11㎞, 카페리로는 40분가량 걸리는 멀지 않은 섬. 그 사이에 가파도(마라도 북쪽 5.5㎞)가 있다. 그러나 거친 파도와 심한 조류 변화로 두 섬은 고도 아닌 고도가 됐다. 오죽하면 두 섬사람이 진 빚은 「가파(갚아)도 좋고 마라(말아)도 좋다」는 말이 생겼을까. 남쪽 바다를 향해 내리 달리던 한라산이 바다와 만나 이룬 산방산과 송악산. 마라도는 거기서 남쪽이다. 봄볕에 생기를 더하는 노란 유채꽃이 만발한 마라도로 섬나들이를 떠난다. 모슬포항을 떠난 카페리 뱃전으로 형제도가 지난다. 키 큰 「형섬」과 납작한 「동생섬」이 사이좋게 어우러졌다. 가파도는 마라도로 가는 길목. 파도가 거칠어질 때면 마라도에 다다른다. 섬은 항공모함을 연상시킨다. 동쪽끝 벼랑 위의 등대는 조타실, 섬 한가운데 태양열 발전소는 거함의 동력시설처럼 보인다. 한반도 남단을 지키는 초계정인듯 믿음직스럽다. 용암이 굳어 섬이 된 마라도. 그 역사는 깎아지른 듯한 해안절벽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섬에 오르면 그 투박함은 사라진다. 섬 언덕을 덮은 초록의 잔디 때문이다. 섬에서 듣는 바람과 파도소리는 뱃전에서 보다 훨씬 정겹다. 발품 팔아 섬 일주를 시작해 보자. 시계반대방향으로. 섬의 북서쪽 해변의 처녀당을 지나면 학생이 불과 세명뿐인 초미니학교 마라분교에 다다른다. 여기 마을을 빠져 나오니 유채꽃 장관이 나그네를 맞는다. 1천평의 유채밭이 섬 전체를 노랗게 물들일듯 기세 좋게 화색을 날리고 있었다. 이 유채밭은 지난해 11월 주민들이 씨를 뿌려 조성한 마라도의 첫 유채꽃밭. 명소의 조짐을 보이는 곳이다. 이곳을 지나면 섬의 남단. 「대한민국 최남단」(大韓民國 最南端)이라고 새겨진 기념비가 묘한 여운을 남긴다. 여기서 해안가로 우뚝 선 「장군바위」가 보인다. 그 빼어난 기상과 경관에 눈길이 머문다. 뱀과 개구리가 살지 않는 섬 마라도. 화산재와 해풍 때문이라고 한다. 그 척박한 토양, 세찬 풍파에도 등대 옆 바위틈에서는 자생 선인장 「백년초」가 자라고 있다. 마라도 사람들 같은 끈질긴 생명력으로. 〈마라도〓신현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