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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의 충견」다시본다…문헌-혈통 분석,재현 성공

입력 | 1997-04-24 20:27:00


「장터에서 돌아오다 술 취해 잠든 주인을 산불 속에서 구하기 위해 몸에 물을 묻혀 불을 끈 뒤 자신은 목숨을 잃었다」 신라시대 전북 임실군 오수면에 살았다고 전해지는 「오수(獒樹)의 충견(忠犬)」이 1천수백년만에 제 모습을 되찾았다. 오수개의 일화는 일제시대부터 최근까지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을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막상 어떻게 생긴 개였는지에 대해선 아무도 알지 못했다. 임실군은 저명한 동물학자들에게 의뢰해 3개월간의 연구끝에 오수개의 모습을 재현하는데 성공, 24일 실물크기의 동상(서울시립대응용미술학과 정대현교수 제작)을 만들어냈다. 「오수」란 지명은 충견의 주인인 金蓋仁(김개인)이 개를 묻은 자리에 지팡이를 묘비대신 꽂았더니 싹이 돋아 나무가 자라났다해서 붙여졌다. 윤신근 한국동물보호연구회장, 한홍률 서울대수의대교수, 지규만 고려대응용동물학과교수, 이원복 국립중앙박물관학예연구관, 천진기 국립문화재연구소민속연구관 등 전문가 9명이 임실군과 오수면청년회의소의 의뢰를 받아 「오수견연구위원회」를 구성한 것은 지난1월. 이들은 △각종 문헌과 그림 △고대 동북아지역 개들의 혈통 △현지에서 발굴한 개뼈 △주민들의 증언 등을 기초로 오수개는 「티베탄 마스티프종의 혈통을 이어받아 한반도 남쪽에서 토종화한 진도개 크기의 개」라고 결론지었다. 귀는 축 처지고 꼬리가 치켜 올라갔으며 키(어깨높이)는 60㎝정도로 진도개보다 2㎝가량 크다. 털이 길고 검정색바탕에 눈 윗부분과 입 목 가슴 다리 등에 갈색이 섞여 있다. 즉 순한 토종개 얼굴에 진도개처럼 날렵한 몸매를 지녔다. 연구위원회는 2단계로 국내 토종개들을 교배, 종자개량을 통해 5∼10년내에 오수개와 비슷한 모습과 충성심을 갖춘 후손을 만들어내 보급할 계획이다. 임실군과 오수면청년회의소는 고증된 오수충견의 모습을 담은 티셔츠 제작에 들어갔고 로고와 마스코트도 만들고 있다. 〈이기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