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는 전북한노동당비서 黃長燁(황장엽)씨의 입국에 대해 무척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황씨의 귀국을 계기로 이른바 「황장엽리스트」의 실재(實在)여부가 다시 관심사로 떠오르고 남북문제에 관한 그의 발언과 주장이 「북풍(北風)」을 몰고올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국민회의는 24일 황씨를 국회에 출석시켜 「황장엽리스트」 및 그가 논문에서 주장한 북한의 핵무장 등에 대한 진위를 확인하는 청문회를 추진키로 했다. 이날 간부회의에서는 황씨 문제가 국내정치에 이용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잇따랐다. 趙世衡(조세형)총재권한대행은 『황씨의 논문에 북한이 핵무장으로 전쟁준비를 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는 우방인 미국의 견해와 다른 것』이라며 『한반도에서의 전쟁 운운은 대단히 중대한 문제이므로 황씨를 국회로 불러 증언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韓光玉(한광옥)사무총장과 李海瓚(이해찬)정책위의장은 『지난 총선에서 비무장지대 긴장문제가 반격할 시간도 없이 선거에 이용됐다』며 『정공법으로 나가자』고 주장했다. 국민회의는 당초 황씨 입국에 대해 다소 안심하는 분위기였다. 여권의 고위관계자 등을 통해 『황씨 문제를 국내정치에 이용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황씨가 귀국하자 「황장엽리스트」의 존재를 부인해 왔던 정부측에서 말꼬리를 흐리고 정치적 이용문제에 대해서도 『황씨를 남북관계에 이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말을 바꾸자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 황씨의 국회출석 요구도 역대 주요선거 때마다 「색깔론」과 「북풍」에 시달려온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영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