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3+1」제의에 대한 韓美(한미) 양국의 입장은 분명하다. 곧바로 4자회담으로 가야지 어떤 형태의 중간단계도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3자회담이 먼저 열린다면 언제 끝날지 기약도 없을 뿐더러 논의될 사안들 또한 北―美(북―미)관계 개선에 관한 것들이 전부여서 4자회담 자체가 실종될 가능성마저 있다는 판단이다. 한국은 특히 월남전이 한창이었던 70년대 월남 월맹 미국간의 3자회담을 떠올리고 있다. 당시 회담의 형식은 3자회담이었지만 실제로는 월남은 배제된채 월맹과 미국이 회담을 주도했었다. 한국도 이런 전철을 밟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우려다. 말이 3자회담이지 「북―미관계 개선 회담」에 한국이 들러리가 될 수는 없다는 의미도 된다. 미국 역시 북―미간 현안들, 예를 들면 미사일 유해송환 연락사무소개설 등을 언제든지 논의할 수 있는 양자 채널이 확보돼 있는 상태여서 굳이 3자회담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한미양국은 따라서 결코 서두르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워싱턴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3+1」방식을 내놓았다고 해도 그들이 4자회담이란 큰 물줄기를 거부하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참을성 있게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재호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