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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中 신세계질서 구상]『건방진 美에 당할수만 없다』

입력 | 1997-04-24 20:27:00


러시아를 방문중인 江澤民(강택민)중국 국가주석과 보리스 옐친 대통령간의 23일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신세계질서구축구상」은 세계 각국, 특히 미국이 주목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두 나라의 주도아래 세계 다극화와 새로운 국제 질서를 건설하겠다는 이 구상은 한마디로 탈냉전시대 이후 브레이크 없이 독주하고 있는 미국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우선 미국이 러시아의 목줄을 조이기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확대를 명분도 없이 고집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 역시 걸핏하면 인권문제를 들고 나오는 미국의 「맹랑한」내정간섭과 러―일동맹의 강화에 불만이다. 두 정상이 『냉전적 사고를 종식시키고 어느 한 나라에 의한 패권주의적 블록정책에 반대한다』고 지적한 것은 이같은 분위기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게다가 카자흐 우즈베크공화국 아제르바이잔 우크라이나 등 세계 최대 석유 매장 지역에 대한 미국의 러시아 격리 정책에 대해 러시아는 심각한 위협을 느끼고 있다. 러시아의 중국―인도―이란을 잇는 아시아 벨트 구축 구상도 미국의 러시아 포위정책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러한 역학관계 때문에 양국은 이번에 4천3백㎞에 달하는 국경지대 군사력을 13만명으로 감축하는 협정에 쉽게 서명할 수 있었다. 매년 정상회담을 정례화하기로 한 것이나 조만간 양국 정상간 핫라인을 개설하고 정치인 기업인 언론인 등이 참여하는 「공동 우호 발전위원회」를 설립키로 한 것은 단단한 동반자 관계 형성을 지향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예브게니 바자노프 외교아카데미 부소장을 비롯한 일부 인사들은 『인도와 중국은 러시아가 생각하는 것처럼 「동맹자 러시아」를 필요로 하고 있지 않다』며 『러시아는 단지 이들 나라에 있어 무기와 생산원료 구입처 및 생필품 판매시장에 불과하기 때문에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분명한 한계를 갖고 있다』며 비관적인 분석을 하고 있다. 〈모스크바〓반병희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