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피에로 르네가 코를 잃어 버렸다. 『앗, 내 코가 어디 갔지』 당황한 피에로 르네. 『둥글고 예쁜 내 코를 못 찾으면 난 아무일도 할 수 없을거야』 코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르네. 코끼리 친구와 헤라클레이스 아저씨, 아이스크림 가게의 생쥐에게 코의 행방을 묻지만 모두가 엉뚱한 대답뿐. 마침내 일행들이 우르르 과수원으로 몰려간다. 사과나무에 열린 빨간 열매를 보고 르네가 소리친다. 『와, 과수원에 내 코가 가득하네. 이젠 살았다』 지켜보던 암소가 점잖게 말한다. 『그건 네 코가 아니야. 코인줄 알고 얼굴 한가운데 올려놓으면 누군가 먹어 버릴걸』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보던 엄마가 깜짝 놀란 목소리로 외친다. 『앗, 내 코가 어디 갔지』 피에로 르네의 코 없는 얼굴에 놀란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뜬채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손이 코에 가 있다. 『엄마. 내 코 여기』 프랑스 동화작가 앙토냉 루샤르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지은 「누가 내 코 못봤니」를 함께 보는 엄마와 아이는 즐겁다. 마치 한편의 연극을 공연하듯 「그림」에 입을 맞춰 웃고 떠드는 사이에 르네는 베개 밑에서 자기의 코를 발견한다. 『코다. 내 코다.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여기 두었지』 모처럼 프랑스 그림책이 선을 보였다. 사계절이 펴낸 「친구와 함께 보는 그림동화 시리즈」(1차분 전4권·각권 6,500원). 읽는 책이 아니다. (엄마에게서) 「듣고」 (아이가) 「보는」 책. 엄마가 들려주는 책 속의 이야기와 「시각언어」가 한데 어울려 아이의 상상력을 한껏 부풀린다. 4∼6세 어린이들에게 친구들과 만남과 우정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내용 등으로 꾸며졌다. 강우현씨(그림동화 작가)는 『어린이 그림책은 한 작가가 쓰고 그려야 작가의 상상력을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다』며 『그래서 그런지 이야기의 전개가 대담하고 흥미진진하다』고 평했다. 그는 『그림이 말과 글 노릇을 하기 때문에 많은 설명이 필요없다』고 말했다. 김서정씨(동화작가)는 『그림동화는 국적이나 연령을 초월한다』며 『다양한 소재와 화풍, 유머와 풍자가 넘치는 그림이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그는 『굳이 아이들의 수준에 맞춰 쉬운 단어와 평이한 표현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오윤정씨(어린이도서연구회)는 『이야기의 반복구성을 통해 아이들이 반응을 확인할 수 있도록 꾸민 내용이 좋았다』며 『특히 악어와 두꺼비의 익살스러운 모습이 아기자기한 재미를 더해준다』고 평했다. 〈이기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