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이 요즘 「文正秀(문정수부산시장)딜레마」에 빠져있다. 당내에서 제기되는 주장들도 갈피를 잡기 어려울 만큼 복잡하다. 문시장이 한보로부터 2억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 최근 검찰이 사전수뢰죄로 형사처벌키로 했다는 말이 흘러나오면서 당내 기류는 크게 두갈래로 엇갈리는 양상이다. 당내 반응의 주류는 『문시장이 받은 돈이 대가성이 없는 선거자금이 분명한데 설마 무슨 일이 생기겠느냐. 검찰의 처분을 지켜보고 나서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또 문시장의 거취문제는 당사자의 결심을 존중해야지 당에서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는 의견도 많다. 그러나 다른 주장도 만만치 않다. 즉 『문시장이 사법처리된다면 부산지역의 민심수습을 위해서라도 과감하게 사퇴시키고 보궐선거를 치르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서서히 세를 얻어가고 있는 것이다. 「시장직 사퇴후 보선실시론」의 주장자들은 무엇보다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정치적 존립기반이자 이번 대선에서도 신한국당의 가장 중요한 지지기반으로 꼽히는 부산지역에서조차 한보사건으로 인해 민심이 수습불가능할 정도의 상황에 빠져있다는 점을 중요시한다. 하지만 당지도부와 대다수 민주계 인사들은 『보궐선거는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이들은 지난 95년 6.27지방선거 때도 문시장이 민주당후보였던 盧武鉉(노무현)씨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였는데 그때보다 상황이 더 나을 게 없다고 주장한다. 현 상황에서는 보선에서 야당후보에게 패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연말 대선에도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 따라서 최악의 경우가 아니라면 보선을 치르는 일만은 피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물론 이에 대해서도 반론이 없지 않다. 이들은 『부산에서 야당후보가 당선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우리가 괜찮은 후보를 낼 수 있다면 민심수습차원에서 정면돌파하는 것이 낫다』며 보선불가론을 반박한다. 이들은 보선 패배를 두려워하다가 민심을 놓치면 더 중요한 대선에서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더 비중을 두는 분위기다. 〈김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