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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지켜져야 할 「제보자 보호」

입력 | 1997-04-26 20:02:00


25일 金賢哲(김현철)씨에 대한 국회한보청문회에서 국민회의 金景梓(김경재)의원은 현철씨가 鄭譜根(정보근)한보그룹회장과 서울 강남의 룸살롱을 출입했는지를 신문했다. 김의원의 추궁은 지난 21일자 본보 39면에 단독 보도한 「김현철 정보근 룸살롱서 두번이상 만났다」는 제하의 기사를 근거로 현철씨와 정씨가 입을 맞추듯 서로 『한차례만 만났다』고 증언한 것이 거짓이라는 점을 밝히기 위한 것이었다. 김의원은 예상대로 현철씨가 정씨를 룸살롱에서 만난 사실을 딱 잡아떼듯 부인하고 나서자 본보에 익명으로 인용 보도된 마담 C씨(34)의 실명을 거론했다. 물론 C씨의 실명은 김의원측이 자체적으로 알아본 것이었다. C씨는 본보 취재팀이 5차례이상 만나 설득 한 끝에 「김현철씨와 정보근씨가 다른 기업인들과 함께 술집에 두번 같이 온 적이 있다」고 확인해준 인물. 이 보도가 나간 직후 한보특위 위원들로부터 본사에 『문제의 술집과 마담을 알려 달라』는 요청이 빗발쳤지만 취재팀은 C씨의 증언이 담긴 녹음은 물론 신분을 공개하지 않았다. C씨의 사생활과 취재원 보호를 위해 당연한 조치였다. 본보 취재팀은 김의원이 C씨의 실명을 거론하는 것을 보고 나서 곧바로 C씨 집으로 찾아갔다. 약혼자 K씨가 취재기자를 맞았다. 취재팀의 염려대로 K씨는 『약혼녀가 자살하겠다고 난리를 칠만큼 심각한 상태』라며 벌컥 화를 냈다. 그는 『24일 특위위원측에서 전화를 걸어와 「이름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몇마디 답변을 해줬는데 이름을 공개하면 어떻게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C씨는 특히 결혼을 앞둔 자신이 술집을 경영한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진 것에 커다란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이번 국회청문회 과정에서 의원들이 제보자나 취재기자들의 이름을 실명으로 거론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증인이 신문내용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한다고 해서 제보자의 실명을 들이댄다면 앞으로 누가 제보를 하겠는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에 제보자의 신원을 마구 공개하는 것까지 포함될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이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