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 와보니 봄 가을 행락철만 되면 온 산이 몸살을 앓을 정도로 북적거리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또 연휴가 끝날 때면 귀가차량들로 고속도로 톨게이트가 북새통이 되는 것도 방송의 단골뉴스가 되곤 해서 의아스럽게 생각했다. 북한에 있을 때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가족끼리 오순도순 모여 나들이를 하는 것도 북한사회에서는 매우 드문 일이다. 남한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요일에 쉬지만 북한에서는 가족 각자가 맡은 일에 따라 쉬는 날이 다르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학생과 사무원은 일요일, 현장노동자는 목요일, 백화점판매원 등 상업관리소 종사자는 월요일에 쉰다. 따라서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휴일을 보낼 수 있는 날은 일년에 몇차례 밖에 없는 명절 때 뿐이다. 가족보다는 연령별 직장별로 모이는 집단이 더 중요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와 함께 가족이외에 친구들끼리 모여 여행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북한에도 명산이 많지만 외곽으로 벗어나기 위해서는 여행증이나 통행증을 발급받아야 하는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주민들은 남한내 일반 대학생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이른바 「배낭여행」은 더더욱 상상할 수 없다. 북한주민은 오히려 「해외여행은 나라 돈을 밖으로 빼돌리는 나쁜 짓」이라고 흥분할 것이다. 외국문물을 눈으로 직접 보고 배우며 시야를 넓히는 교육적 효과는 「사치」라는 것이다. 남한의 여행문화가 자유가 지나쳐 과소비로 흐르는 경향도 없지 않다. 여행을 통한 휴식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고 내일을 준비하기 위한 재충전의 계기라고 생각한다. 쇼핑이나 보신관광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도 종종 생겨 과연 여행의 목적이 무엇인가 하는 의구심도 갖게 한다. 여금주 ◇ 필자약력 △23세 △함흥 회상구역 햇빛고등중학교졸업 △회상유치원 교양원 △가족과 함께 94년3월 귀순 △중앙대 유아교육과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