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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인성교육현장/학부모 체험기]佛3년거주 전영미씨

입력 | 1997-04-28 08:43:00


큰딸 재원이는 초등학교 2학년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학교를 다녔다. 재원이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공책에 시를 써서 외우는 것이 중요한 일과였다. 공책 한쪽면에는 시를 쓰고 다른면에는 그 시의 내용을 그림으로 그렸다. 재원이는 시를 외우며 상상의 날개를 펴 공주를 그리기도 하고 커튼이 드리워진 창너머 예쁜 새나 나무 등이 내다보이는 풍경을 그리기도 했다. 재원이는 『시는 똑같은데 친구마다 그린 그림이 달라』하며 신기해 했다. 매주 한번은 외운 시를 친구들 앞에서 발표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 영준이도 언제나 시를 외웠다. 그리고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재원이처럼 공책에 시를 쓰고 옆에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영준이의 나이를 고려해 다섯줄 정도만 외워오라고 숙제를 내주었다. 재원이는 내성적인 성격이었는데 매주 시를 외워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다보니 발표력 향상에 꽤 도움이 됐다. 돌이켜보면 어려서부터 모국어로 된 시를 외우며 자라는 프랑스 어린이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수십편의 아름다운 시를 외우고 서로 다른 그림을 그리며 다른 꿈을 키워나간다. 서울로 돌아와 아이들이 하나같이 미술학원이다 웅변학원이다 하며 무거운 가방을 메고 바쁘게 뛰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재원이와 영준이가 『놀이터에 가도 함께 놀 친구가 없어. 나도 학원에 보내줘』라고 조를 때면 파리생활이 그리워진다. 〈필자 전영미(전영미·35·서울 강동구 둔촌동)씨는 상사 주재원인 남편을 따라 93년 7월부터 3년반동안 프랑스 파리에 살며 남매(11,8)를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