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에게 모든 것을 바치며 칼에 피를 묻히기를 마다하지 않는 충직한 심복. KBS드라마 「용의 눈물」에서 이방원의 오른팔로 극의 전면에 부상하기 시작한 이숙번의 성격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용의 눈물」이 현실정치에 대한 은유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요즘 몇몇 호사가들은 이숙번을 두고 「이방원의 차지철 또는 장세동」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탤런트 선동혁(42)은 자신이 연기하는 이숙번을 『결코 녹록치 않은 복잡한 성격의 인물』이라고 말한다. 『지적이면서도 살기가 등등한 양면을 동시에 갖는 인물입니다. 문과에 급제했지만 무술에도 능하고, 다혈질이면서 오만하지만 상황을 꿰뚫어보는 통찰력과 치밀함이 있는, 이중성이 두드러진 인물이죠』 이번 주말 제거대상 인물의 「리스트」를 발설해 곧 몰아닥칠 피바람을 예고하는 이숙번은 제1차 왕자의 난에서 군대를 이끌고 올라와 경복궁을 포위하고 정도전과 세자를 죽이는 악역을 맡게 된다. 그러나 승승장구끝에 교만해져 결국은 혁명동지인 이방원에게 버림받는 비운의 정치인이기도 하다. 「용의 눈물」에서 선동혁이 마음에 두고 있는 이숙번 연기의 전략은 「동중정(動中靜)」이다. 『김흥기가 연기하는 정도전은 정과 동을 적절히 안배하고 있고 이방원 역을 맡은 유동근은 정중동(靜中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면 나는 움직이는 가운데에서 치밀한 심리를 보여주는 「동중정」의 연기를 하겠다』는 것. 그는 이번 배역을 『일생일대의 강적』이라고 표현할만큼 생애 최고의 열의를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는 다소 제스처가 큰 「허허실실」의 모습을 많이 보였다』고 자신의 연기를 자평하면서 『격동기에 수없이 명멸하는 영웅호걸들 가운데서도 결코 단순하지 않은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김희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