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가 다가오면서 정치권에 다시 색깔론이 일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전례없이 여권내에서 사상논쟁이 불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여권내 대선예비주자들의 「사상검증」 문제를 본격 거론하고 나선 사람은 신한국당의 李漢東(이한동)고문. 이고문은 최근 각종 강연에서 대선예비주자에 대한 「사상검증」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집안내 색깔론」을 둘러싼 논란이 일게 될 조짐이다. 이고문은 28일 충북대 강연에서 『한나라의 최고 정치지도자는 정치의 춘하추동을 겪으면서 국민으로부터 검증을 받은 사람이어야 한다』며 『자유민주주의의 수호를 위해서는 대한민국의 정통성, 이념적 정체성 등과 관련한 사상적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이고문측은 『어떤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말한 것은 결코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부친의 「용공혐의설」이 나돌고 있는 신한국당의 李會昌(이회창)대표위원과 李壽成(이수성)고문 등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돼왔다. ○…이에 대해 이대표위원실은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대표의 부친은 50년 6.25 당시 현직검사로 재직해 용공혐의자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구속돼 직권남용혐의로 기소된 일이 있으나 2개월 뒤 공소취소로 석방돼 복직됐다』고 밝혔다. 대표위원실은 이어 『따라서 「이대표 부친이 반공법위반혐의로 구속됐다가 풀려났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이대표는 물론 이대표 부친이 사상에 관한 한 전혀 문제가 없음을 해명한다』고 밝혔다. 대표위원실은 『이대표 부친이 용공혐의를 뒤집어 쓴 것은 상부의 부당한 지시가 있을 때마다 단호히 뿌리쳐 상부의 미움을 받아왔고 특히 당시 대통령의 친구였던 도지사의 독직사실을 밝혀 구속시킨데 대한 보복적 조치라는 것이 추후 밝혀졌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수성고문은 부친 李忠榮(이충영)변호사가 6.25전쟁 당시 납북된 사실을 일부 정치권에서 「월북」으로 매도하는데 대해서 매우 분개하고 있다. 이고문은 『부친이 납북될 당시 나는 14세로 중학교 1학년이었다』며 『부친이 서울 혜화동집에서 나와 함께 인분을 치우던 중 북한 정치보위부원들에 의해 화신백화점 자리에 있던 정치보위부로 이끌려 가는 것을 보았으며 어린 마음에 막대기를 들고 뒤따라가 그들을 때려누이고 부친을 탈출시키지 못한 것을 지금도 한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회고했다. 이고문은 또 『당시 부친이 각기병과 심장병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납북 도중에 돌아가셨거나 설사 북한에 도착했다 해도 오래 살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그뒤 남북적십자 회담 등을 위해 북한에 가는 사람들 편에 부친의 생사여부를 알아봐달라고 했으나 전혀 아는 사람이 없었다. 소문대로 부친이 북한에서 높은 지위에 있었다면 확인이 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이고문은 『이같은 흑색선전은 평생 홀몸으로 8남매를 키워온 모친의 가슴에 못을 박는 행위로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윤정국·임채청·박제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