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지법에서 열린 한보특혜대출비리사건 4차 공판에서는 한보그룹 총회장인 鄭泰守(정태수)피고인과 회장인 譜根(보근)피고인 부자가 나란히 출정, 이례적인 「법정 상봉」이 연출됐다. 그러나 지난 15일 뇌졸중으로 입원하는 바람에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나온 정태수피고인이 7분만에 퇴정하는 바람에 이들 부자의 「짧은 만남」은 「긴 이별」을 예고한 채 끝났다. 정태수피고인은 오전 10시5분경 鄭在哲(정재철) 權魯甲(권노갑)피고인에 이어 휠체어를 타고 법원 직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법정에 들어섰다. 그는 왼팔에 링거주사를 꽂은 상태였고 흰 턱수염이 길게 자라 매우 초췌한 모습이었다. 지친 표정에서는 3차 공판 당시 『당신도 사업 한번 해보세요』라며 검사를 「호통」치던 기세는 찾을 수 없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입정한 정보근피고인은 재판부를 향해 가볍게 목례를 한 뒤 피고인석 뒤쪽에 있는 아버지를 한동안 바라보다 고개를 떨군 채 피고인석에 앉았다. 그러나 정태수피고인의 변호인인 許正勳(허정훈)변호사는 피고인들이 모두 입정하자 『피고인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온 만큼 퇴정해 편안한 자세로 있게 해달라』며 재판부에 정피고인의 퇴정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孫智烈(손지열)부장판사는 정태수피고인에게 『피고인이 임의로 법정에 출석하지 않은 때는 피고인의 진술없이 재판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한 불이익은 스스로 감수해야 하는데 그래도 퇴정하기를 원하느냐』고 물었다. 정태수피고인은 앉은 자리에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고개만 한번 끄덕였고 재판장의 허락이 떨어지자 곧바로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법정을 떠났다. 이어 벌어진 검찰과 변호인의 신문을 통해 정보근피고인은 비교적 담담한 표정으로 회사돈 4백80여억원을 증여세 납부와 증자대금 등으로 횡령한 혐의사실을 모두 시인했다. 정보근피고인은 그러나 『지금 심경이 어떠냐』는 徐廷友(서정우)변호사의 질문에 『내게 주어진 직책에 비해 노력이 너무나 부족했다. 될 수만 있다면 모든 책임을 내가 지고 아버지는 여생이나마 병치료를 받으며 지내게 하고 싶다』면서 울먹였다. 〈신석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