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사건은 제주라는 한정된 지역에서 3만명이 넘는 사람이 「정권」의 묵인하에 살육을 당한, 세계사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사건입니다. 그런데도 50년동안 역사의 침묵 속에 묻혀 왔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입니다』 10년 가까이 제민일보의 4.3특별취재반을 이끌고 있는 梁祚勳(양조훈)편집국장. 이번에 金鍾旻(김종민) 金愛子(김애자)기자와 함께 「4.3은 말한다」 제4권(초토화작전)을 펴냈다. 1∼3권과 마찬가지로 일본판(신간사)도 출간했다. 88년 출범한 특별취재반이 이 사건과 관련, 국내외에서 채록한 증언자수는 무려 5천여명. 미군비밀문서 등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입수한 자료도 1천5백종을 헤아린다. 양국장은 『4.3사건의 실상에 가깝게 다가설수록 그 처절함에 몸서리치게 된다』며 『「그들은 인간이 아니었다」는 피해자 할머니의 절규가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제4권이 엄청난 학살이 자행되는 초토화작전의 한복판을 관통하고 있다며 『정부기록보관소에서 당시 제주도 계엄령선포 문건을 입수한 것은 큰 성과』였다고 밝혔다. 그는 『李承晩(이승만)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서명한 계엄령이 위헌이라는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제헌헌법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계엄령을 선포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법이 제정되기도 전에 계엄령이 선포됐다는 것. 양국장은 『아직도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희생자 유족들의 「말문」을 트는데 가장 애를 먹었다』며 『내년말 이 책의 완간을 계기로 4.3사건이 우리 역사속에서 정당하게 자리매김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기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