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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당]돈 한푼 안들인 연극 「결혼전야」

입력 | 1997-04-30 08:14:00


연극은 하고 싶다. 그런데 돈이 없다. 그런 20, 30대의 젊은 연극인들이 돈 안들인 연극 한편을 무대에 올린다. 떼아뜨르 노리가 5월12일부터 5주동안 매주 월요일 서울 동숭동 성좌소극장에서 공연하는 「결혼전야」. 월요일만 작품을 하는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나머지 요일은 열린무대 동수의 「아들과 함께 걷는 길」이 공연되고 있기 때문. 대관료를 물지 않기 위해 이들은 극단측의 양해 아래 쉬는 날만 들어가 살짝 공연하기로 했다. 『배우 댓명이 출연하는 소극장 공연도 제작비가 5천만원이 넘습니다. 스타에 의존하거나 벗기기, 자극적 웃음같은 상업주의와 손잡는 것도 결국은 제작비를 뽑기 위해서죠』 출연배우 이항나씨(27)는 이같은 연극 현실에 대한 한 대안으로 「저예산 독립연극」의 기치를 들었다고 말했다. 공연을 두어주 앞둔 떼아뜨르 노리가 지금까지 쓴 돈은 한푼도 없다. 작가겸 연출자 전훈씨(32)는 물론 이씨를 포함한 배우 3명은 모두 노 개런티. 연습실은 환 퍼포먼스에서 무료로 빌려쓰고 있고 무대제작은 따로 하지 않으며 의상과 소품도 집에서 각자 쓰던 것을 들고 나오기로 했다. 한가지 걱정은 어디선가 웨딩드레스를 공짜로 빌려야 한다는 것. 그러나 작품 자체는 「고품격」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결혼식을 하루 앞둔 양공주와 그 친구들이 하룻밤을 지새며 나누는 이야기로 사랑보다 더 짠한 여성들끼리의 연대가 주제. 「한국의 네오리얼리즘」을 내세우고 있는 연출자와 배우들은 러시아와 미국에서 정통 연기이론을 배운 학구파들이다. 전훈씨와 이항나씨는 국내처음으로 러시아 쉐프킨연극대 석사출신으로 모스크바에서 최초의 한인극단 떼아뜨르 노리를 만들어 활동했다. 또다른 배우 우현주씨(27)는 뉴욕대에서 연극학을 전공했으며 정재은씨(28)는 모스크바예술극장 무대에 한국인최초로 서서 「봄이 오면 산에 들에」를 공연, 호평을 받기도 했다. 『돈 없어서 좋은 작품 못한다』는 상당수 연극인들에게 「결혼전야」는 신선한 충격이 되리라는 장담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관람료도 무료다. 02―718―2367 〈김순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