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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며 생각하며]허진호/마음가짐부터 일류로

입력 | 1997-05-01 19:54:00


반도체 경기가 흔들리면서 국가 전체의 경기도 흔들거리고 있다. 굳이 수치자료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전반적으로 총체적인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는 위기에 대한 자괴감에만 빠져 있기보다는, 우리가 처한 위치 및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분명한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하여 적극적으로 현 상태를 극복하려는 비전이 필요하다. ▼ 경제난 극복의 지름길 마지막 남은 잠재 대국인 중국은 근대사 1백년을 제외하고는 역사에서 한번도 세계 최강대국이라는 위치를 놓친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의 엘리트들은 지금의 어려움에 얽매이지 않고 결국 자기네는 다시 최강대국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나라를 설계하고 있다. 우리의 교역 규모가 세계12위라든지 국민 총생산이 15위권이라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위치가 10∼15위권이라는 것에 많이 대견해 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자산업은 이미 10년전에 세계 6위권안에 들어섰고, 우리가 가지는 가능성은 멀지않아 모든 면에서 세계 5위권에 들어설 가능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한 나라가 만들어지고 성장하고 번영하는 사이클에서 우리는 상승 곡선의 중간에 있으며 인구의 평균 연령이 상대적으로 낮아 경제 활동인구 비율이 높은 점, 교육열에 힘입은 높은 교육수준, 전자 조선 등 몇 개 산업 분야에서는 규모나 질적인 측면에서 이미 세계적으로 톱클래스에서 경쟁하고 있어 세계톱클래스로 경쟁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이제 알기 시작했다는 점 등 몇가지 주요 지수를 보더라도 이런 판단이 근거없는 낙관론은 아니라고 본다. 이제 우리는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 정상권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스스로가 세계 톱클래스에 걸맞은 사고 기준을 가져야 한다. 세계의 톱클래스에 선다는 것은 이제까지 아무도 하지 않은 것을 자기가 먼저 할 수 있다는 의식이 전제돼야 한다. 일전에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서 미국에서 나온 제품의 기능을 거의 따라잡았다고 판단됐을 때 개발을 담당한 사람에게서 『이제는 이 제품에 대해 더 이상 개발할 것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절망한 적이 있다. 이는 문제가 생기면 먼저 남이 어떻게 했는지를 찾아보는 이류의 사고에 젖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자기가 가장 먼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어야만 남들이 하지 않는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의 모델이 됐던 제품은 그 후로도 몇 번씩이나 새 제품이 나오며 계속 혁신적인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 후손에 떳떳하게 우리는 최근 세계화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의 생각은 어렵던 시절, 보호받던 시절에 머물러 있다. 경제에서는 눈앞의 이익을 보호받기 위해 장기적으로 자신을 무능하게 만들 시장 보호에 의존하고 있으며, 정치적으로는 과거의 왜곡에 매달려 앞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을 내딛지 못하고 있다. 정부도 70년대와 80년대의 성공에 매달려 새로이 바뀌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정책에 매달려 모든 것이 미래보다는 과거, 바깥보다는 안쪽으로 시선이 집중되어 있다. 이제는 과거에 얽매이기보다는 우리가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귀납적으로 생각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이렇게 해야 근대사에서 우리의 선대가 이루어 놓은 발전에 뒤이어 21세기에 우리의 후손에게 떳떳하게 이 나라를 물려줄 수 있다. 일류는 스스로 일류라는 마음 가짐을 가지고 있을 때 비로소 일류가 될 수 있다. 허진호((주)아이네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