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이역」 시골 간이역. 그 작은 역사를 뒤로 한 채 영원히 맞닿을 수 없는 철길 위를 사랑하는 이와 함께 달리던 「이별여행」을 기억합니까. 이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잃어버렸던 옛 기억과 가족들의 따뜻한 만남을 이어주는 징검다리의 매력을 지닌 드라마다. 2일은 평생을 역무원으로 지내온 아버지의 꿈과 아픔을 그린 「아버지의 이름으로」를 방영한다. 만년 부역장 승돈(박인환)의 눈에는 간이역사를 노랗게 물들이고 있는 개나리가 전혀 아름답지 않다. 몇십년만에 초등학교 동창회에서 만난 출세한 친구들에게 기죽지 않으려고 술김에 『5백만원을 장학기금으로 내놓겠다』고 큰소리 쳤기 때문이다. 또 간기능이상으로 정밀검진이 필요하다는 건강진단이 나와 마음이 무겁다. 승돈의 이같은 고민은 갈수록 왜소해지고 일그러지는우리시대여느아버지와 다를 게 없다. 카메라는 승돈을 중심으로 하여 「헛소리」한 아버지, 건강 때문에 걱정에 휩싸인 가족 하나하나의 심리를 차분하면서도 생생하게 그려낸다. 그러나 가정에 불어닥친 위기는 아버지의 갑작스런 역장 승진과 『장학기금 마련은 순수하지 못한 결정이었다』는 고백으로 싱겁게 해소된다. 이같은 용두사미식의 결말은 오는 16일부터 새 연출자와 연기자들이 등장하는 속사정 때문이다. 그래도 비슷비슷한 내용의 드라마와 오락물이 판치는 「TV열차」에서 잠깐 내려서서 간이역에서 맞는 짧은 휴식은 시간이 아깝지 않다. 〈김갑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