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신바드의 모험 〈26〉 새가 잠이 들자 나는 마음 속으로 외쳤습니다. 『내일 아침에 저 새는 먹이를 구하기 위해 이 섬이 아닌 다른 어딘가로 날아갈 것이 틀림없어. 어쩌면 도시도 있고 사람도 사는 땅으로 날아갈지도 모르지』 이렇게 소리치고 난 나는 벌떡 일어나 머리의 두건을 풀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찢기도 하고 꼬기도 하여 긴 밧줄을 만들었습니다. 밧줄이 완성되자 나는 그것으로 내 허리를 감은 다음 새의 다리에다 나를 단단히 동여매었습니다. 『이렇게 하고 있으면 새는 나를 다른 곳으로 날라다 주겠지. 어디로 날아간다고 한들 이 무인도에서 혼자 죽기보다는 낫겠지』 이렇게 중얼거리며 그날밤 나는 한숨도 자지 않고 기다렸습니다. 내가 잠들어 있는 틈에 갑자기 새가 날아오르기라도 한다면 자칫 큰일을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던 것입니다. 이윽고 동녘 하늘이 밝아오기 시작하더니 붉은 태양이 수평선 위로 떠올랐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대붕은 다리에 나를 매단 채 거대한 날개를 펼쳐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나는 떨어지지 않기 위하여 납작 가슴을 붙인 채 두 팔로 새의 다리를 틀어쥐었습니다. 나를 태운 새는 자신의 알을 두고 떠나는 것이 걱정스러운지 하늘 높이 부르짖으며 한 차례 알 주위를 선회하였습니다. 그리고는 힘찬 날갯짓을 하여 한없이 높이 날아올랐습니다. 얼마나 높이 날아올랐던지 하늘 끝까지 가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날아오르던 새는 마침내 조금씩 조금씩 하강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더니 어느 오똑한 언덕 위에 사뿐히 내려앉았습니다. 새가 땅바닥에 내려앉자마자 나는 다급하게 밧줄을 풀었습니다. 다행히도 새는 내가 자신의 다리에 매달려 있는 것을 눈치도 채지 못하고 있었으므로 나를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나는 와들와들 떨려오는 몸을 애써 진정시키며 미친듯이 달아났습니다. 한참을 달아나다가 뒤돌아보니 대붕은 거대한 발톱으로 무엇인가를 움켜잡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엄청나게 크고 굵은 구렁이였습니다. 날카로운 새의 발톱에 움켜잡힌 구렁이는 새 다리를 칭칭 감았습니다만 새는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새는 그것을 움켜잡은 채 유유히 하늘로 날아오르더니 어딘가로 사라져버렸습니다. 그 엄청난 광경을 바라보며 어안이 벙벙해져 있던 나는 이윽고 앞으로 앞으로 걸어갔습니다. 한참을 걸어가다가 나는 걸음을 멈추고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던 나는 그러나 암담해졌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와 있는 곳은 알고보니 깊은 계곡의 밑바닥이었던 것입니다. 사방에는 하늘 높이 치솟은 산들이 둘러싸고 있고 그 산들이 어찌나 높은지 그 꼭대기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그 산들이 얼마나 가파르고 험준했던지 거기를 기어오른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나는 그 험준한 산들에 둘러싸인 깊고 황량한 분지 속에 내려와 있었던 것입니다. 이 깊고 황량한 분지에서 빠져나간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눈 앞이 캄캄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