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트 태권V를 기억하십니까』 지난 76년 국내 만화영화사상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로보트 태권V」를 감독했던 김청기감독(57)이 전북 완주의 깊은 산골에서 재기를 노리며 새로운 만화영화 제작에 몰두하고 있다. 「로보트…」뿐 아니라 「똘이장군」 「우뢰매」 등 김감독의 만화영화 주인공들은 지금 20,30대 어린시절 최고의 우상이었으며 김감독의 작품은 흥행의 보증수표였다. 91년 「바이오맨」의 흥행실패 이후 만화영화시장에서 사라진 김감독이 찻길도 제대로 닿지 않는 전북 완주군 동상면 신월리 마당목에 자리잡은 것은 지난 95년6월. 이곳에서 김감독은 그의 전속 애니메이션 사단 「스톤벨」 멤버 70여명과 침식을 함께하며 오는 7월 극장 개봉을 목표로 만화영화 「임꺽정」을 제작중이다. 김감독의 32번째 만화영화인 「임꺽정」은 원작의 큰 흐름만 땄을뿐 만화적인 상황으로 다시 각색됐다. 콩알을 입에 물었다 확 뱉어내 꿩도 맞혀 떨어뜨리는 새로운 캐릭터 「흑돌이」가 등장하고 원작에 없는 암행어사도 내세웠다. 미국과 일본 만화영화의 현란한 테크닉과 기술력에 맞서 「된장냄새가 나는」 전래동화의 만화영화화를 끈질기게 추구하는 김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컴퓨터작업이 아닌 수작업으로 작품을 만들고 있다. 항아리나 초가집에서 맛볼 수 있는 유연한 선과 고유의 토속색깔을 제대로 살려내 우리 정서에 편안하게 와 닿아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 김감독의 지론이다. 〈완주〓김광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