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 남북적십자 대표접촉에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북경주재 한국대사관의 한 고위관계자는 4일 『북측이 상당히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 같다』며 『북한 내부의 복잡한 정치사정과 심각한 내부 식량사정으로 미뤄 북한으로서는 이번 적십자접촉을 성사시켜 소기의 성과를 얻어내려는 것 같다』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우리 정부측도 이같은 분위기에 적잖이 고무된 듯하다. 남북적 대표접촉이 민간차원의 남북간 창구이긴 하지만 접촉성과가 긍정적일 경우 향후 남북관계개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회담이 성공할 경우 지난 94년 金日成(김일성)사망이후 조문(弔問)파동과 북핵(北核)문제에서부터 북한의 정전체제 와해시도 등으로 인해 교착상태에 빠졌던 남북관계를 회생시킬 수 있는 물꼬가 터질 공산이 크다. 이같은 분석은 우리측 회담대표단이 이번 회담의 성격을 지난 84년 북적의 대남 수재물자 지원과 연계시켜 설명한 대목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당시 남북적간 수재물자 인도 인수를 계기로 남북교류 및 협력관계는 그 폭이 급속도로 확대돼 남북적십자 본회담이 성사되고 곧이어 이산가족 고향방문 및 예술공연단의 동시교환을 비롯해 남북 국회회담 등으로 영역이 크게 확대됐다. 이번 북경접촉의 주요 의제도 민간차원의 대북식량지원을 위한 직접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초점이다. 민간차원의 지원절차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인 대북 식량지원을 민간창구를 통해 보장함으로써 북한측을 안심시키려는 것이 우리측 전략이다. 李柄雄(이병웅)한적 수석대표가 『우리는 모금을 통해 4백만달러어치의 물자를 이미 북한에 전달했고 앞으로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 이같은 정부입장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84년의 경우처럼 이번 남북적 접촉도 이같은 민간차원의 상호 신뢰구축이라는 중간과정을 거쳐 남북간 대화가 차츰 당국자간 접촉으로 격상되는 단계적 수순을 밟으리라는 분석이다. 한편 남북적 접촉이 성사될 경우 북한측을 자연스럽게 4자회담의 테이블로 유도할 수 있는 「반사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물론 민간차원의 적십자회담이 북한측에 4자회담이라는 당국간 접촉을 기피하는 명분을 제공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그러나 당국간 접촉을 통한 식량지원 문제가 「4자회담 참가의 전제조건 여부」라는 벽에 부닥쳐 출구를 찾지 못한 상태에서 인도적 명분을 내세운 적십자 채널이 남북간에 서로 큰 부담이 없다는 점에서 큰 강점을 갖는다는 분석이다. 결국 민간차원의 이같은 지원이 당국간 접촉의 가교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북경〓정연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