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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중앙노동위 공백 두달

입력 | 1997-05-04 20:28:00


중앙노동위원회의 공백상태가 너무 오래 계속되고 있다. 노동법개정으로 지난 2월말 자동해체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구성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노사분쟁에 대한 중노위의 조정 심판업무가 전면 마비돼 있다. 중노위가 해체된지 두달, 국회가 노동법을 재개정한 시점으로 보아도 한달 반이 넘도록 새 노동법이 절름발이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노동법체계에서 중노위는 독립성 전문성과 공정성 측면에서 과거보다 권한과 지위가 크게 강화되었다. 새 노동법은 조정 전치주의(前置主義)를 도입하여 모든 쟁의행위는 중노위의 조정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그 절차를 거치지 않고는 쟁의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조정전치제도는 새 노동법체계의 개혁적 특징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중노위 구성이 늦어짐에 따라 모처럼 어렵게 도입한 쟁의전 조정제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바람에 그동안 중노위에 접수된 조정신청 가운데 세진컴퓨터랜드와 대한산업안전협회의 쟁의행위는 10일간으로 되어 있는 조정전치기간을 그냥 넘기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1백건 가량의 심판청구도 그대로 쌓인 채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새 노동법이 중노위의 역할을 강화함으로써 이루려 한 노사갈등의 신속 공정한 해결이 중노위 구성지연으로 벽두부터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노사 당사자는 물론 국민경제에 유익하지 못한 일이다. 중노위 구성이 이처럼 늦어지고 있는 이유는 노동계의 노동위원 배분기준인 조합원수를 놓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사이에 주장이 엇갈려 있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은 노총소속 조합원 수가 전체 조합원의 68%에 이르므로 20명의 근로자측 노동위원 가운데 노총측 위원이 최소한 14명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반해 민주노총은 8명을 고집하고 있다. 복수노조를 도입하면서 우려하던 노노(勞勞)간 경쟁과 갈등이 노동위 구성단계에서부터 표출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민주노총은 조직의 적법성문제 때문에 아직 노동부에 노조설립신고도 마치지 못한 상태다. 노동부는 민주노총이 임원진과 산하 연합단체를 새 노동법규정에 맞게 조정하지 않은 채 노조설립신고를 해올 경우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개정노동법에 의한 새로운 노사관계가 틀을 갖추는 단계에서부터 마찰을 빚고 있다. 지금은 국민경제의 앞날이 걱정되는 시점이다. 따라서 노동계의 정비와 그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노사관계의 정립이 어느때보다 긴요하다. 두 노동단체는 세력다툼보다 서로 합심 협력해서 노동위원회부터 구성토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민주노총의 조직정비와 설립신고도 순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노노간 화합과 노사간 협력을 거듭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