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가 여야 대선주자들의 사조직 실태파악에 나선 것은 사조직들의 예상되는 폐해가 이미 방치할 수 없는 수위(水位)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선거운동을 위한 사조직이 역대 선거 때마다 가장 많은 돈이 소요되는 주요인」이라는 선관위의 지적을 굳이 인용할 필요도 없이 「金賢哲(김현철)청문회」를 통해 92년 대선 당시 金泳三(김영삼)후보진영의 자금살포실태가 상당 부분 드러나 새삼스레 지탄의 표적이 됐는데도 여야 대선예비후보들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각종 포럼 연구원 변호사사무실 재단으로 위장한 예비후보들의 사조직은 여전히 매달 수천만원의 돈을 써가며 「음성적 세(勢)확장」의 주요통로로 이용돼 왔다는 게 정당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증언이다. 선관위가 활동내용에 관한 자료협조요구를 한 사조직만도 23개. 신한국당 李會昌(이회창)대표의 사조직으로 알려진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 「21세기 교육문화연구원」 「이회창법률사무소」 「이회창비서실장실」 「한국사회연구원」 「현대사회과학연구원」 「한국청년포럼」, 국민회의 金大中(김대중)총재의 「아시아태평양평화재단」 「김대중후보추대위」 「김대중대선기획단」 「개인사무실」 등 그동안 언론을 통해 드러난 대부분의 사조직들이 포함돼 있다. 물론 이중엔 신한국당 이대표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처럼 특정주자와의 무관함을 강력 주장하는 단체도 있고 또 추후 실사(實査)를 거쳐봐야 정확한 판정을 내릴 수 있는 단체도 있지만 대부분은 「대선용 사조직」으로 봐야 한다는 게 선관위의 결론이다. 각 예비후보 진영은 이들 사조직에 상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자원봉사자들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선관위는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활동비 인건비 등을 지원받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선관위는 그래서 각 예비후보 진영이 활동내용 자료를 보내오는 대로 상근 임직원 수, 1일 평균 자원봉사자 수, 사무실 임차료, 기타 유지비를 중점 파악함은 물론 특히 사조직 유지비의 부담주체가 누구인지를 분명히 가린다는 방침이다. 다만 대부분의 사조직들은 운영규정이나 정관을 「순수연구모임」 「친목모임」으로 규정하고 있어 실제 선관위의 사조직 실태조사가 사전경고를 넘어 의법처리하는 수준으로까지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김창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