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각에서 규제금리로 되돌아가거나 외자도입의 문호를 대폭 개방하고 통화를 늘려 금리를 내리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어려운 국내기업을 돕기 위해 높은 금리를 낮추어야 한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그 방법이다. 현재 우리 경제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경기순환적인 측면보다는 구조적인 문제점에 더 큰 원인이 있다. 따라서 그 처방도 시간이 걸리고 고통스럽더라도 원론에 충실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데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왜 인위적 고식적 처방논리가 또다시 나오는지 모르겠다. ▼부작용 큰 통화 확대▼ 통화를 풀어 금리를 낮추는 방법을 쓰지 못하는 것은 한마디로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통화가 물가에 주는 영향은 적어도 1년 정도 지나야 실감할 수 있으므로 그 때까지는 그 해독을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지금 우리 경제의 고비용 저효율도 고물가의 지속에 따른 인플레 체질에 그 연원이 있다. 이 인플레체질을 치유하지 않고서는 우리 경제의 병을 고치기 어렵다. 따라서 물가상승을 초래하는 그 어떤 대책도 이 시점에서는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길이 아니라고 본다. 외자도입 문호개방 주장도 같은 논리로 위험하다. 게다가 이 방법을 쓰면 대외신인도가 높은 일부 대기업만 혜택을 받게 되고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대가를 치르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높거나 경제성장률이 높은 나라일수록 금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우리 경쟁국인 대만의 금리가 높지 않다는 점을 들어 이 말이 맞지 않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대만의 금리체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런 주장을 할 수 없다. 첫째는 대만의 금리가 그렇게 낮지 않다는 사실이다. 흔히들 우리의 3분의 1수준이라지만 은행대출금리가 연7∼14%로 우리의 8.5∼15%와 대차가 없다. 또 대만의 회사채 유통수익률은 연7% 수준이지만 재무상태가 양호한 극히 일부 기업만 발행할 수 있으므로 대표성이 없다. 둘째로 제도금융시장이 우리나라보다 취약한 대만에선 많은 기업들이 사채(私債)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결국 평균조달금리가 우리와 비슷하다는 점이다. 대만기업의 사채의존도는 20% 안팎, 사채금리는 연20%를 상회한다. 우리 기업의 재무구조가 외국에 비해 극히 취약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우리 기업의 부채비율은 300%, 대만 기업은 80% 수준이다. 재무구조가 나쁜 기업이 사업을 계속하려면 금리수준에 불문하고 자금을 끌어대야 하므로 금리가 쉽게 내려갈 수 없는 것이다. 바로 우리나라의 경우다. 통화공급을 늘리자는 이야기는 이런 비효율적인 기업에 자금을 계속 공급하여 결과적으로 우리 경제의 취약성을 방치하자는 주장과 다름이 없다. ▼인플레 기대심리 없애야▼ 금리인하는 캠페인성 구호일 수 없다. 일관성있는 경제안정화 노력을 통해 인플레 기대심리를 없애야만 가능하다. 어렵다고 일시적 미봉책에 의존한다면 우리 경제는 내실을 다질 수있는 기회를 또다시 잃게 될 것이다. 김영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