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전기 전라도 남원 일대의 실경, 대나무의 여러 양태를 그린 죽보(竹譜)…. 사료적 가치를 지닌 희귀한 조선조 고미술품이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오는 24일까지 서울 마포구 창전동 죽화랑(02―337―3868)에서 열리고 있는 「조선시대 회화의 진수전」. 눈에 띄는 것은 「영사정팔경도(永思亭八景圖)」.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 梁大樸(양대박)이 남원인근의 풍광을 노래한 「영사정팔영(永思亭八詠)」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림을 설명한 부분이 떨어져 나가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으나 최근 서울대 안휘준교수(미술사학)의 연구에 의해 밝혀졌다. 조선초 安堅(안견)의 화풍과 명나라 화풍이 절충된 것으로 회화사적으로 귀중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灘隱 李霆(탄은 이정)의 녹죽화첩도 처음 공개된다. 비를 맞는 대나무, 바람불 때의 대나무 등 여러 모습을 그린 죽보다. 대나무는 조선시대 화원선발의 필수과목으로 중시됐으나 죽보가 거의 전해지지 않았다. 조선후기 대표적 화가인 豹菴 姜世晃(표암 강세황)의 말년 역작인 여덟폭 대나무병풍, 吾園 張承業(오원 장승업)과 신사임당 작품으로 추정되는 병풍도와 초충도도 있다. 이 작품들은 화랑주 송영섭씨가 지난 20여년간 수집, 또는 소재를 파악한 작품들이다. 〈이원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