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인 딸이 임신했다. 영어 연수를 가서 만났던 대학생의 짓이다. 5개월이 넘도록 아무말 못하다 엄마에게 들켰다. 어떻게 당했느냐, 그 놈 얼굴 아느냐고 다그치기부터 먼저다. 그러나 폭행당한 게 아니란다. 오빠하고 행복했을 뿐인데 이런 일이 생겼단다. 더 심각한 것은 딸이 아이를 낳겠다고 하는 것이다. 낙태를 서두르는 부모는 다시 한번 하늘이 무너진다. 5,6일 밤 방영된 MBC 기획특집극 「딸의 선택」은 이런 문제를 두고 시청자들의 의중을 살폈다. 그것도 평범한 가정을 배경으로 해서 『여러분의 딸이 이렇다면?』하고 물었다. 드라마의 결론은 부모가 딸의 선택을 받아들이는 것. 물론 임신시킨 남자나 딸을 잘 살피지 못한 부모의 책임도 논의되지만 논쟁의 초점은 아이를 사랑의 결실로 받아들이는 딸의 선택이다. 딸은 묻는다. 인생이란 게 답이 미리 있는 건가. 어른들이 옳다고 하는 길만 가야 하나. 시청자들은 동의할까. 연출한 임화민 PD의 말.『낙태만이 예상 밖 임신의 유일한 해결책인가 하는 점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다. 그러나 10대 출산이라는 결론은 논란의 여지가 많아 궤도 수정이 불가피했다. 결론을 향해 줄달음치기보다 엄마(가정)의 고민을 부각시키는데 집중했다』 이 드라마는 사실 사회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론을 「선택」한 탓으로 매끄러운 진행을 보이지 못했다. 현실의 편견을 감내해야 하는 미혼모와 생명의 존엄성과 분리할 수 없는 낙태 문제가 뒤엉켜 「논리적 감동」이 부족했다. 또 딸의 「침착함」도 과연 보통의 10대가 그런 철학을 가지고 있느냐는 의문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10대 미혼모나 낙태 등에 대해 나름의 결론을 제시한 문제 의식은 평범하지 않다. 다큐멘터리의 고발 수준에 그치기 쉬운 10대 미혼모 문제를 드라마적일지언정 결론을 제시한다는 점은 용기에 가깝다. 한때 이 드라마는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방영이 안될 뻔했다. 〈허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