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자신의 소설 「초록물고기」를 들고 영화감독으로 데뷔, 큰 성공을 거둔 작가 李滄東(이창동)씨의 92년 작품집에 「녹천(鹿川)에는 똥이 많다」라는 대목이 있다. 녹천이 어디일까. 사람들은 서울 노원구 월계2동 683∼685 일대를 녹천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행정구역상으로는 서울에 녹천이라는 곳은 없다. 녹천의 지명은 조선시대 이 마을이 홍수로 폐허가 돼 마을대표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을 때 뒷산에서 사슴이 내려와 목욕을 하고 갔으며 그 뒤로 농사가 잘 됐다는데서 유래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낭만스러운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조금 떨어진 국철 녹천역 주위를 흐르는 초라한 개울이 보일 뿐이다. 녹천의 이름이 명맥을 잇고 있는 곳은 국철 녹천역이다. 인천과 수원에서 의정부를 연결하는 국철의 한 작은 역인 녹천역은 84년 문을 열었으며 하루 1만명의 승객들이 이용하고 있다. 녹천 부근에는 서울외국어고등학교가 들어섰고 89년부터 시작된 택지개발사업으로 이 일대 주택의 80%를 아파트가 차지할 만큼 모습이 달라졌다. 〈하태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