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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노트북 신드롬 확산…동호회 10일 첫전시회

입력 | 1997-05-07 08:43:00


「애마(愛馬)」 「조강지첩」 「나만의 방식」 「붉은피760」…. 이 이상야릇한 이름들의 공통점이 뭘까. 다름아닌 노트북PC에 붙인 애칭들이다. 「디지털」신세대들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 다니며 도움을 주는 노트북PC는 이제 「세컨드 브레인」(제2의 두뇌)이다. 이들은 노트북이 곁에 없으면 허전하고 견딜 수 없을 만큼 속이 답답해진다. 노트북으로 보고서를 만들고 주소록과 일정을 관리한다. 따분해지면 「삼국지」 「디아볼릭」 같은 PC게임으로 시간을 때운다. 보고픈 친구와는 대화방에서 만나 채팅을 나누고 해외에 유학간 친구에게는 인터넷으로 전자우편을 띄워보낸다. 노트북을 좋아해 모인 PC통신 유니텔의 노트북동호회 「유니노트」. 회원 박주형씨(29·회사원)는 주저하지 않고 『마누라는 바꿀 수 있어도 노트북PC는 못바꾼다』고 털어놓는다. 그가 가는 곳마다 함께 따라다니며 절대적인 도움을 주는 노트북PC가 이미 분신(分身)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박정욱씨(23·대학 3년)는 『노트북이 대학의 풍경까지 바꾸고 있다』고 말한다. 캠퍼스에서 노트북PC를 갖고 다니는 학생을 쉽게 알아낼 수 있다. 책가방과 노트북PC 가방을 양쪽 어깨에 메고 다니는 「쌍가방의 사나이」만 찾으면 된다는 것. 대학마다 싼 값에 노트북PC를 공동 구매한 탓에 갖고 다니는 노트북이 대부분 같은 기종이다. 그래서 보고서를 쓰려고 노트북을 켜보니 다른 사람의 것과 바뀌어 버렸다는 웃지 못할 일도 자주 일어난다. 건물 게시판마다 「제 노트북을 찾습니다」는 대자보가 자주 붙는다. 도서관에서는 전원코드를 꽂을 수 있는 「명당」을 차지하려고 「자리다툼」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재산목록1호」인 노트북PC를 잃어버린 학생들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절망감을 느낀다고 고백한다. 노트북 지지자는 데스크톱PC 사용자를 「미개인」처럼 취급한다. 송태우씨(23·프로그래머)는 『노트북이야 말로 나의 은인』이라고 떠받든다. 그는 예전에 고객들에게 프로그램을 보여주러 다닐 때마다 무거운 데스크톱과 모니터를 갖고 다니느라 죽을 고생을 했다는 것. 노트북 가방을 메면서부터 일 재미가 한결 늘었다고 한다. 유니노트 4천여명의 회원을 이끄는 시숍(회장) 정동일씨(23·프리랜서)는 『1년 전부터 노트북PC 성능이나 가격이 데스크톱과 별반 차이가 없어졌다』며 『들고 다니기 가볍고 화면도 12.1인치로 모니터만큼 커져 올해는 바야흐로 노트북PC시대』라고 자랑한다. 그는 『컴퓨터 초보자는 아예 노트북PC를 사는 게 좋다』며 『노트북PC를 갖고 다니며 수시로 쓰다보면 컴퓨터 실력이 저절로 늘게 된다』고 조언했다. 유니노트 동호회에는 최신 제품만 나오면 무조건 사는 「유행추종파」에서부터 데스크톱만큼이나 큰 골동품 노트북을 아직까지 아끼는 「애지중지파」도 있다. 그래서 이들이 일어섰다. 「노트북을 세상에 전파하겠다」는 각오로. 이들은 오는 10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국제전자센터 12층 이벤트홀에서 동호회로는 처음으로 「노트북전시회」를 열기로 한 것. 이곳에 가면 국내외에서 시판되는 제품부터 노트북의 변천사, 주변기기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김종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