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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화씨母 이용훈여사,「예술가의 장한 어머니賞」 받아

입력 | 1997-05-07 08:43:00


『사상(思想)의 격랑속을 덧없이 휩쓸려간 이파리 하나…』 무대위의 김수임이 쓰러졌을 때 관객의 눈가엔 물기가 서렸다. 그 속에서 이용훈여사(77)도 눈물을 닦아냈다. 관객들은 김수임이 딱해서였지만 이여사는 수임으로 분한 석화가 딱해서였다. 윤석화, 나를 똑 닮은 내 딸. 지난 3일 서울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연극 「나, 김수임」공연이 끝난 뒤 이여사는 떡을 한말 해들고 분장실을 찾았다. 한번도 아니고 매번, 희극도 아니고 힘들고 모진 비극의 여주인공역을 하는 딸에게 뭐라도 먹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분장을 지우던 윤씨의 첫마디는 『엄마 왔수. 귀엽게 옷입고 오셨네』였다. 이여사는 말을 받았다. 『너 그 힘든 연극, 그만하면 안되겠니?』 그 이여사가 지난 1일 문화체육부가 제정한 「예술가의 장한 어머니상」을 받았다. 『눈물 많이 흘린 엄마로야 내가 일등이겠지만 더 훌륭한 엄마들도 많은데…』하고 수줍은 듯 고개를 돌리는 이여사에게 윤씨는 말했다. 『연극한다고 늘 엄마 마음고생 시켰는데, 이제야 효도 한번 했네요』 사십을 넘은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만큼 달콤한 여자, 불황에도 관객을 몰고다니는 스타, 자기이름이 붙은 신드롬을 지닌 유일한 연극배우…. 수식어가 모자랄 만큼 화려한 연극인 윤석화씨는 『그래도 엄마의 끼와 배우기질에 비하면 나는 멀었다』고 말했다. 『엄마는 감정이 풍부하고, 모든 일에 관심이 많고, 아무리 힘들어도 언제나 긍정적인 분이에요. 한마디로 「귀여운 여자」죠. 엄마가 울다가 웃다가 하면서 얘기하는 걸 보면 내가 저런 기질을 이어받아 배우가 됐나보다 싶어요』 1남6녀중 막내인 윤씨가 기억하는 에피소드 하나. 유치원때 엄마가 설빔을 사온다고 외출했다. 언니 오빠들은 기다리다 지쳐 잠들었으나 막내만은 엄마가 실망할까봐 눈비비고 앉아 있었다. 밤늦게 들어선 엄마는 그를 보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막내 것만 안사왔던 것이다. 설빔이 없어서가 아니라 엄마가 미안해 하는 것이 가슴아파 밤새 울던 그는 결심했다. 『앞으로 절대 엄마에게 뭘 해달라고 하지 말아야지』 덕분에 여섯살 나이에 「당찬 독립」을 선언한 윤씨는 대학과 유학시절 학비까지 혼자 힘으로 해결하며 우리시대 최고의 연극스타가 됐다. 딸의 연극 그만두기를 노래처럼 되뇌었던 이여사가 가장 좋아하는 연극은 5년전 폭발적 인기를 끈 「딸에게 보내는 노래」. 지금 이여사에게 남은 소망은 하나밖에 없다. 석화가 석화를 똑 닮은 딸을 하나 갖는 것. 이 말에 웃음을 터뜨리던 윤씨가 이렇게 덧붙였다. 『엄마랑 나랑 똑 닮았으니까 이담에 셋이 외출하면 세 자매라고 하겠네!』 「나, 김수임」공연은 6월8일까지. 02―3673―4466 〈김순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