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문열씨의 지난 1일자 「동아시론」 칼럼은 정말 유감스럽다. 한 시대의 사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견작가의 위치에서 다분히 감정적이고 자극적인 글을 대중매체를 통해 발표한다는 것은 본분을 망각한 듯한 느낌이다. 남성우월주의 사상이 팽배한 남성들은 아직도 여성을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고 봉건시대, 아무개의 딸로 아내로 어머니로서 지녀야 했던 삼종지의(三從之義)를 여자의 미덕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은 백인이 흑인을 노예로 부리던 시절, 양반 앞에서 상놈이 굽실거리던 시절, 주인이 머슴을 부리던 시절, 여성이 문맹자이던 시절이 다시 도래하기를 고대하는지도 모르겠다. 약자가 강자에게 빌붙어 사는 게 어쩌면 서로 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편리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인간이 인간을 지배해서는 안된다. 물론 오늘날까지도 남성과 똑같이 교육을 받고도 이래저래 「성역할」에 발목잡혀 소위 전업주부로 눌러앉는 여성이 많다. 성역할에 구분없이 능력을 인정받으며 전문직에 종사하는 여성의 수는 아직도 소수에 지나지 않는 실정이다. 하지만 남성의 힘이 절대적이던 사회는 지나갔다. 이제는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화시대에 접어들었다. 인재가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등장한 시대다. 특히 21세기는 여성의 섬세하고 차분한 특성을 필요로 하는 전문분야를 요구한다. 따라서 여성인력의 개발 여부가 국가경쟁력의 질을 좌우하는 시대가 도래하게 된 셈이다. 이렇게 변화가 거듭되는데도 작가 이문열씨는 조선시대의 정숙한 여인을 찬양하며 감히 오늘의 잣대로 그 분을 욕되게 하지 말라, 자기 일을 가진 여성만이 잘난 여성이냐고 여성예찬론자인양 여성과 여성사이를 분열시키고 있다. 그러나 어느 여성도 과거지사를 탓하지는 않는다. 이제는 여성에게도 재산권이나 참정권, 교육받을 기회도 평등해진 만큼 더 이상 아무개의 딸 아내 어머니로 삼종의탁 내지는 삼종지탁으로 남성들의 짐이 되지 말고 그들의 협조자이며 동반자가 되자고 페미니즘의 정신으로 각성을 촉구할 뿐이다. 자녀 학비를 위해서나 생활비가 절실해서 나선 여성에게, 또는 이혼의 좌절을 딛고 일어선 여성에게 어느 누가 돌을 던질 수 있단 말인가.더 이상 여성들을 비아냥거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신영자(경희대 강사·영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