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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대선자금 정국」전환카드 못찾아 고심

입력 | 1997-05-11 20:09:00


여권은 12일 모처럼 李會昌(이회창)신한국당대표와 高建(고건)국무총리가 참석하는 고위당정회의를 연다. 4개월째 계속돼온 「한보와 대선자금 터널」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습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라는 게 신한국당측 설명이다. 그러나 결정적인 국면전환 「카드」가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여권의 고민이다. 오히려 오는 19일 열리는 국민회의 전당대회와 20일경으로 예상되는 金賢哲(김현철)씨 사법처리가 정국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더 많다. 현철씨 사법처리와 비슷한 시점에 이른바 「鄭泰守(정태수)리스트」 관련 정치인들의 사법처리도 마무리될 것이고 정국은 어차피 「급류를 타듯」 경선국면으로 뒤바뀔 것이라는 논리에서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도 여권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정국이 과연 씻은 듯 경선국면으로 뒤바뀔지는 미지수다. 현철씨의 사법처리는 본질상 「한보터널의 끝」이 아니라 「대선자금이라는 새로운 터널의 시작」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92년 대선 당시 한보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 한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을 겨냥한 야권의 공세는 가라앉을 리 없다. 정치권은 어떻든 악화일로로 치달을 여론의 향배가 여권의 더 큰 고민거리다. 여권내에서도 이대표가 느끼는 중압감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기 힘들만큼 무겁다. 정국의 향배와 자신의 대선행보가 완전히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이다. 만약 김대통령의 「이회창카드」가 무용지물이라는 평으로 끝나면 「대통령」 꿈도 물거품으로 끝날지 모른다. 이대표측은 16일 청와대 주례보고에서 이대표가 몇가지 수습방안을 김대통령에게 건의한 뒤 김대통령과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전한다. 정국을 주도하는 집권당이 정치일정을 하루빨리 확정하고 야당과 정치제도 개혁을 위한 협상에 나섬으로써 정국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이대표가 지난 10일 부산 동아시아경기대회 개막식에 참석한 직후 특강에서 『집권당으로서 정치일정을 조속히 확정해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12일의 고위당정회의 주제는 정치문제보다 「경제살리기」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겠다는 결의를 다지는 정도가 될 것 같다. 회의형식과 참석자들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같은 우회전략밖에는 별다른 정국수습책을 꺼낼 상황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대표가 계속 야권의 정치일정을 거론하는 것도 자체 역량으로는 정국전환을 도모하기 힘들다는 현실적 판단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영훈기자〉